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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덕의 눈물 -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우수상 수상작 ㅣ 시공 청소년 문학
정해왕 지음 / 시공사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전 소설 <심청전> 이야기를 알고 있나요?
심청이라는 이름 앞에 항상 '효녀'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심청이의 행동은 '효'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심청전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부모님께 효를 다하라는 교훈을 주기 위해서 너무나 억지스러운 설정을 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그건 심 봉사가 자신의 눈을 뜨기 위해서 공양미 삼백 석을 시주한다는 무모한 약속을 하는 부분 때문입니다. 아무리 눈을 뜨고 싶다해도 어떻게 그런 엄청난 약속을 냉큼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어린 딸은 눈 먼 아비를 봉양하느라 모든 걸 희생하는데 아비의 행동은 너무나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뺑덕의 눈물>은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심청전>에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좀더 실감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당연히 용궁이나 연꽃 속에 숨은 심청이는 나오질 않습니다. 그보다는 나쁜 여자의 대표격인 뺑덕어멈에게 주목합니다.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았던 뺑덕어멈의 사연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인물인 뺑덕이 주인공이 됩니다.
뺑덕의 본디 이름은 '병덕'으로 아버지 조태봉은 뛰어난 역관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적으로 몰리는 바람에 큰 아들 병욱과 함께 붙잡혀가 목숨을 잃습니다. 다행히 병덕과 어머니는 외가에 갔다가 목숨을 건지고 도망치는 신세가 됩니다. 멀리 황주 도화동에 이르러 병덕의 어머니는 병덕에게 앞으로는 '뺑덕'이라는 이름으로 살면서 무지렁이, 벙어리로 자신을 숨기라고 합니다. 어머니 역시 무지렁이 아낙네로 살면서 도화동 마을에 정착하게 됩니다. 뺑덕은 간간이 어머니의 심부름을 하다가 동네 아이들에게 벙어리라고 놀림을 받는데 그 때 심청이가 나타나 뺑덕을 도와줍니다. 앞 못보는 아비를 생각해서인지 벙어리 뺑덕이 가엾다 느꼈던 겁니다. 뺑덕은 심청을 처음 본 순간 반해버립니다.
그다음 뺑덕과 심청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뺑덕의 눈물>이라는 책 제목에서 짐작했겠지만 이 이야기의 결말은 이루지 못한 슬픈 사랑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뺑덕과 심청의 러브 스토리라기 보다는 현실적인 인물 뺑덕을 통해서 한 인간으로서의 심청을 새롭게 그려낸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작에서는 뺑덕 어멈을 그냥 나쁜 여자로만 그려내지만 이 소설에서는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 납득할 만한 사연을 들려줍니다. 살다보면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순응해야 할 운명이 있습니다. 뺑덕은 악착같이 살아남았지만 가슴에 품은 사랑은 이루지 못합니다. 마지막에 처녀소리꾼이 들려주는 한 편의 이야기를 통해서 뺑덕은 자신의 가슴 속 한(恨)을 절절하게 풀어냅니다. 모든 게 한낱 꿈이었기를 바라면서.
고전소설 <심청전>이 현대판으로 새롭게 각색되어 전혀 다른 매력의 <뺑덕전>을 만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