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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 ㅣ 에디션 D(desire) 9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미정 옮김 / 그책 / 2016년 1월
평점 :
신문을 집어 날짜를 확인했다. 2월 15일.
캐롤과 함께 뉴욕을 떠나온 지 스무 날 하고도 아흐레가 지났다.
이걸 고작 며칠이라고 할 수가 있을까? (380p)
소설책을 읽다가 문득 날짜가 책을 읽는 시점과 같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뭔가 4D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듭니다.
2월의 찬바람을 맞으며 잠시 테레즈가 되어보는 겁니다.
갓 스무 살을 넘긴 테레즈가 느꼈던 그 감정을 상상해봅니다.
이미 영화로 제작되어 책표지에 캐롤과 테레즈의 모습이 보입니다.
토드 헤인즈 감독이 연출하고 케이트 블란쳇(캐롤 에어드 역)과 루니 마라(테레즈 역)가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 <캐롤>이 궁금해집니다.
이 소설은 1952년 출간되었습니다. 첫눈에 빠져드는 사랑이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다만 이 사랑의 주인공이 여성과 여성이라는 것. 아무리 자유로운 미국이라도 동성애는 사회적 금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캐롤과 테레즈의 사랑은 불안하면서도 강렬한 것 같습니다.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금지된 사랑' 이야기인데 묘하게 주인공 테레즈에게 빠져듭니다. 테레즈에게는 남자 친구 리처드가 있습니다. 테레즈가 리처드에게 느끼는 감정은 일상적인 편안함인 것 같습니다. 두근거리거나 설렘은 없습니다.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리처드의 마음을 차마 거절하지 못해서 유지되는 관계입니다. 그런데 우연히 캐롤과 시선이 맞닿는 순간, 테레즈는 심장이 멈췄다가 쿵쾅대기 시작합니다. 캐롤의 말 한마디, 몸짓에 집중하면서 그 짧은 시간에 엄청난 행복감을 느낍니다.
사랑에 빠진다는 건 뭘까요? 어떤 사람은 뇌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일 뿐이라고, 마약에 취하듯 잠시 사랑에 빠지는 거라고 말합니다.
테레즈의 반응을 보면 정말 첫눈에 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캐롤의 속마음은 세세히 알 수 없지만 분명 테레즈의 눈빛을 읽었다는 건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캐롤에게는 이혼을 앞둔 남편과 어린 딸이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캐롤은 테레즈와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닙니다.
사랑을 단순히 감정으로만 본다면 대상을 제한할 이유가 없지만 행동이나 행위로 드러날 때는 다릅니다. 사랑에는 국경도 없다고 하지만 사회적 제약은 존재합니다.
테레즈는 캐롤과 떠난 여행에서 사랑의 기쁨과 함께 절망을 동시에 경험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고작 며칠뿐인 시간인데 사랑에 빠진 테레즈에게는 가슴에 하나하나 새겨진 순간들입니다. 열병을 앓듯이 사랑에 빠진 테레즈를 보면서 오로지 감정에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스무 살처럼 운명적인 사랑 <캐롤>을 만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