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마리아 못된 마돈나
박초초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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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근현대를 배경으로 한다는 것이 독특합니다. 암울했던 시대를 살아야 했던 사람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됩니다.

<모던 마리아 못된 마돈나>에는 네 명의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조선총독부 외사국 관리인 교이치와 카페걸이자 영화배우,가수로 활동하는 에렌, 명륜학원의 유학자 영방, 학식과 미모를 갖춘 모던걸 연혜.

처음에는 카페걸 에렌과 모던걸 연혜가 쌍둥이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드라마 <킬미힐미>의 주인공과 같은 해리성 인격장애를 가졌습니다.

한 여자가 전혀 다른 인격을 가진 두 사람으로 활동한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그 여자를 각각 사랑하는 두 남자가 있다는 것이 더 놀랍습니다.

흥미로운 소재의 이야기지만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아픔 때문에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안타깝고 슬픕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단순히 사랑 이야기가 아닙니다.

네 명의 주인공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 시대를 엿보게 됩니다. 영봉의 친구이자 연애를 즐기는 한량으로 보였던 정균이나 교이치의 사촌 여동생 사치코는 의외의 속내를 감추고 있습니다. 개인의 삶은 시대적 흐름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겉보기에 화려하게 살아가는 에렌이 다른 한편에서는 단정하고 우아한 연혜의 모습으로 산다는 것, 바로 그 이중성이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서 묘한 긴장감을 줍니다. 시라렌, 백연혜가 어린시절에 겪었던 충격적인 일들이 그녀를 정상적으로 살 수 없게 만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교이치는 어린 소녀 시라렌을 찾기 위해 조선으로 올 정도로 순애보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그것이 과연 사랑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영화나 드라마라면 모를까, 현실에서는 지나친 집착으로 보입니다. 일본인이면서 조선 여인을 사랑한다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 시대에 그는 과감하게 에렌과 결혼을 합니다.

에렌과 연혜라는 두 사람으로 인해 교이치와 영방은 은밀한 동맹을 맺게 됩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하면 행복이 기다릴 줄 알았을 겁니다. 하지만 교이치와 영방은 둘다 혼란과 갈등을 겪게 됩니다. 이것이 피할 수 없는 비극적 결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던 마리아 못된 마돈나>는 아픈 역사의 단면을 새로운 시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두 여인의 삶을 통해서 다시금 그 시대를 조명했다는 것이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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