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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결정 - 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내가 결정하는 삶이다 ㅣ 일상인문학 5
페터 비에리 지음,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9월
평점 :
스스로에게 철학적 물음을 한 적이 언제였던가 싶습니다.
우리는 매일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들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선택이 정말 자기 결정이냐고 되묻는다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선택은 자신이 했지만 그 선택이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 것인지, 자신의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끔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인 분위기에 조종당한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혹은 나의 무의식이 쇄뇌당한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기계적일 때가 있습니다.
이 책은 철학책입니다. 독일의 철학가이자 작가인 페터 비에리가 그라츠 아카데미의 초청으로 2011년 초에 강연했던 내용을 글로 엮은 것입니다.
어쩐지, 이 책을 받자마자 '철학책이 굉장히 얇네.'라는 생각을 먼저 했습니다. 덕분에 의미있는 강연을 짧은 시간 안에 만날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나에게 있어서 철학이란 정말 필요하지만 가끔은 피하고 싶은 '엄마의 잔소리' 같다고 해야 할까.
평상시에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을 때는 전혀 관심이 없다가 뭔가 삶에서 삐걱거린다고 느낄 때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철학'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기 결정>은 "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내가 결정하는 삶이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면서 행복한 결정을 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은, 현재 어떤 상황으로 인해 힘들고 괴로운 사람들이라면 그들의 고민까지도 해결해줄만한 강력한 질문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삶의 고민들이 결국에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귀착되는 것 같습니다. 철학의 궁극적 목표를 철학자들은 무엇이라고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삶에 대해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철학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자기 결정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자기 인식은 왜 중요한가?"
"문화적 정체성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위 질문에 대한 답이 이 책 속 안에 있습니다. 저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은 고요함의 문화라고 말합니다. 각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서로 돕는, 잔잔한 소리가 지배하는 문화. 잔잔하다는 말이 이렇게 깊은 감동이 있었나, 새삼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자기 결정은 독단이나 이기적인 선택이 아닙니다. 올바른 자기 결정을 위해서는 자신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자신을 말로 표현하고 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삶을 결정할 수 있는 정체성을 확립하고 좀더 나은 삶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독서뿐 아니라 글쓰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문학이 가진 강력한 힘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각자 삶의 고민들이 자신만의 문제라고 여기지만 그건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의 고민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살아갈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힘을 얻고 싶다면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끼고 배워야 합니다. 페터 비에리의 <자기 결정>은 철학과 문학을 통해서 자아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길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