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교실 거꾸로 공부 - 왜 세계는 거꾸로 교실에 주목하는가
정형권 지음 / 더메이커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2015 교육과정 개정>이 확정, 발표되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기존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문과와 이과를 통합한 공통과목을 신설하고, 고교 국어와 영어, 수학 등 기초교과영역의 이수단위를 총 이수단위의 50%이하로 제한한다고 되어있다. 이번 개정안에 주목해야 할 대상은 현재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다. 그 학생들이 치르는 2021학년도 수능부터 적용된다고 한다.

수시로 바뀌는 교육정책을 보면서 한숨이 먼저 나온다. 매번 교육과정을 개정하면서 내세우는 목표는 한결 같다. 이번에도 교육부 장관님께서는 '지식 위주의 암기식 교육'에서 '배움을 즐기는 행복 교육'으로 교육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항상 목표와 취지는 훌륭하다. 하지만 그 변화된 교과목으로 공부해야 할 학생들은 괴로울 따름이다. 근본적인 교육 시스템은 바뀌지 않고 교과 내용을 수시로 바꾸고 있으니 배우는 학생들은 즐겁기는커녕 혼란스러울 것 같다.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의 교육 개정안이 오히려 다가올 수능에 대한 부담감만 더 늘린 결과가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이 무색할만큼 너무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변화인지 좀더 신중하게 판단했으면 좋겠다.

<거꾸로 교실 거꾸로 공부>라는 책은 최근 변화되고 있는 교육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21세기에 알맞은 교육법이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세계의 교육 현장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주도한 사람들과 그들의 교육법을 '거꾸로 교실'이라는 공통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수카타 미트라 교수는 '스스로를 교육하는 새로운 실험'을 통해서 아이들이 스스로 배움을 설계하여 거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과 어른들의 역할은 단지 그것을 격려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결론을 보여준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SOLE(Self-Organized Learning Environment ; 자기조직학습환경) 개념을 전통적 교육 방식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한다. SOLE은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선정하여 친구들과 자율적으로 협조하며 해결하는 학습 방식으로 선생님의 역할은 가르침이 아닌 격려와 지지를 통한 코칭이다. SOLE이 우리나라에서 가능하려면 먼저 아이들을 믿고 지켜봐주는 어른들이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런 어른들이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칸 아카데미를 설립한 살만 칸에 대해서는 워낙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이 알 것이다. 조카의 수학공부를 돕기 위해 올렸던 동영상이 이슈가 되면서 현재(2015년)는 4,000여 개의 강의 동영상을 무료 시청할 수 있는 칸 아카데미가 만들어졌다. 칸 아카데미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누구나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목표로 운영되고 있고 실제로도 인터넷을 학습으로 결합하여 놀라운 교육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칸 아카데미의 교육 콘텐츠가 있었기 때문에 거꾸로 교실이 가능했는지도 모르겠다.

'거꾸로 교실'의 시초는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수업을 빠진 학생을 위해 선생님이 직접 온라인 강의를 제작하여 보여준 데에서 시작되었다. 학생이 먼저 집에서 동영상 강의를 시청하는 것이 숙제이고, 수업시간에는 연습문제 풀이와 다양한 활동을 하는 수업이 전통적인 수업을 뒤집었다고 하여 '거꾸로 교실'이 된 것이다. '거꾸로 교실'을 탄생시킨 두 명의 교사가 바로 존 버그만과 에런 샘스 선생님이다. 이들 덕분에 테크놀로지에 익숙한 젊은 세대 교사들을 중심으로 '거꾸로 교실'의 열풍이 미국 전역으로 퍼졌다고 한다. 거꾸로 교실의 수업 방식은 말 그대로 수업과 숙제를 하는 장소를 바꾼 것인데 이러한 변화가 지루한 강의식 수업을 모든 학생이 참여하는 즐거운 수업으로 만들었다니 정말 놀랍다. 수업시간 내내 조용히 앉아서 선생님의 수업만 들어야하는 학생들을 떠올리면 거꾸로 교실이야말로 혁신인 것 같다.

일본의 국어교사 하시모토 다케시는 <은수저> 수업이라는 '슬로 리딩' 학습법의 창시자다. 그는 국어교과서 대신에 문고판 분량의 소설 <은수저> 한 권을 무려 3년에 걸쳐 천천히 읽는 것으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그냥 책을 읽히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낱말 풀이, 관련 정보와 지식을 담은 연구교재를 직접 만들어 나눠주고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하였다. '슬로 리딩' 수업은 진정한 국어교육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천천히 느리게 음미하며 읽는다는 건 아이들에게 궁금증과 호기심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스스로 배움 자체에 대한 흥미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이런 수업이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교과서는 던져버리고 정말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배우고 싶어하는 것을 배울 수 있다면.

이 책의 말미에는 융합교육과 창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단순히 문과와 이과를 통합하는 것이 융합교육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알 것이다. 형식만 바꾼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거꾸로 교실 거꾸로 공부'의 핵심처럼 아이들 스스로 배울 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려면 교육에 대한 고정관념부터 깨뜨려야 되는 게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의 교육 정책이 더이상 대입 제도 변화에 급급하지 않기를, 좀더 멀리 크게 바라보며 변화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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