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해변
크로켓 존슨 글.그림, 김미나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마법의 해변>을 보면서 <어린왕자>를 떠올렸습니다.

'상상력을 잃어버린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소개된 이 책은 미국의 그림작가 크로켓 존슨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출간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저는 크로켓 존슨이라는 사람은 잘 모르지만 그를 추천한 모리스 센닥에 대해서는 조금 압니다. 그는 바로 아이들 동화 중에서 유명한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작가입니다. 모리스 센닥은 크로켓 존슨의 <마법의 해변>에 대해서 시대를 너무나 앞서간 책이라고 말합니다. 당시의 출판사는 크로켓 존슨의 원본을 그대로 받아들여주지 않았습니다. 1965년 <모래 위의 성>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될 때는 크로켓 존슨의 삽화가 없었다고 합니다.

수백 마디의 말보다 그림 한 장이 더 많은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번에 출간된 <마법의 해변>은 크로켓 존슨이 스케치했던 그림들이 함께 실려있는 완성된 작품입니다.

"나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이 그림들은 그의 건강하고 예술적인 충동과 천재성의 증명을 그대로 보여주는 완벽한 본보기이다. 그를 빼닮은 그림들을 보다 보면 사람의 마음을 끄는 익숙함에 빠지게 된다." - 모리스 센닥의 추천사 중에서

원래 어떤 책이든 거창한 추천사를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특별히 모리스 센닥의 추천사야말로 가장 공감가는 내용이라 그대로 옮겨 보았습니다.

<마법의 해변>에는 앤과 벤이라는 아이들이 등장합니다. 한참 걸어서 다리가 아픈 앤은 그냥 오두막에서 이야기책을 읽는 것이 더 좋았겠다고 말하지만 벤은 자신이 직접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매우 간단합니다. 앤과 벤은 마법의 해변에서 자신들이 진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기로 합니다. 모래 위에 단어를 적을 때마다 마법처럼 단어들이 현실로 나타납니다. 두 아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갈까요?

이 책을 보는 사람들 역시 앤과 벤처럼 스스로 진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 책 속의 이야기는 그저 시시한 아이들의 모래 장난으로 비쳐질 것입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혹시 자신의 상상력과 가능성을 가둬버리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눈 앞에 보이는 것만을 믿고, 그것을 위해서 살아가는 것. 그래서 어른으로 산다는 건 지치고 힘들 때가 많습니다. 앤과 벤이 만들어낸 왕이 도리어 두 아이들을 쫓아내듯이 우리 스스로 현실에 얽매여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맨 처음 어린왕자를 떠올린 건 결코 우연이 아닌 것 같습니다. 어린왕자를 통해서 내면의 순수함을 발견했다면 앤과 벤을 통해서 '나'라는 존재를 떠올렸습니다.

종이 위에 연필로 스케치 된 단순한 그림이 제게는 그 어떤 그림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정말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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