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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병 - 가장 가깝지만 가장 이해하기 힘든… 우리 시대의 가족을 다시 생각하다
시모주 아키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살림 / 2015년 7월
평점 :
얼마전 놀라운 뉴스 기사를 보았다.
일흔다섯의 건강한 영국인 여성이 스위스에서 안락사를 했다는 것.
그녀는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 출신으로 평생 노인들을 돌봐 오면서 늙는 것이 암울하고 슬프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안락사를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특이한 점은 그녀의 안락사 선택을 남편과 자녀들이 동의했다는 점이다. 그녀는 자신의 장례식을 직접 준비하고 남편과 함께 마지막 여행을 즐겼다고 전한다.
이 뉴스 기사에서 주목한 것은 그녀의 안락사 결정이 아니다. 그녀의 결정을 받아들인 가족들이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가족들이 순순히 받아들였을까.
우리 사회는 주변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살아간다. 남들이 보면 어떨까. 남들보다는 이게 더 낫겠지 등등
그러다보니 쇼윈도 부부, 가족 붕괴와 같은 말들이 생기는 게 아닐까 싶다.
결혼하여 가족을 꾸린다는 건 자신의 행복을 위한 선택이지,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라고 본다. 반면 이미 한 가정에서 태어나 자라는 과정은 선택할 수 없는 필연적인 문제다.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가족'이라는 개념은 자신의 부모님과 형제자매를 기본으로 봐야 할 것 같다. 결혼 후에 생긴 배우자와 배우자의 가족들은 그다음 문제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먼저 질문을 던진다.
"당신, 가족에 대해 알아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존재이자 가장 많은 상처를 주는 존재. 우리는 정말 가족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
독단적이고 보수적이었던 아버지와 딸에게 지나치리만큼 헌신적이었던 어머니 그리고 사춘기 시절부터 멀리 떨어져 살았던 오빠. 한때는 한 지붕 아래 살았던 가족들이 지금은 모두 세상을 떠났다. 그들이 떠나가고 난 뒤에야 깨달은 것이다.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그녀는 가족이라는 단위가 싫다고 말한다. 자신의 가족사를 통해서 왜 자신이 가족을 피해왔나를 이야기한다.
가끔 절친한 사람들과 가족사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겉보기에는 화목하고 단란해서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이는데 진솔한 마음을 나누다보면 가족 관계에서 받은 상처를 드러낼 때가 있다. 물리적으로 가깝다는 것이 심리적인 거리까지 좁혀주는 건 아닌 것 같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참아야만 하는 일들, 상처받는 일들이 있다. 속시원하게 마음을 털어놓으면 좋을텐데, 그게 잘 안된다. 그래서 덮어둔채 사는 경우가 많다.
<가족이라는 병>은 가족에 대한 환상을 거둬내라고 조언한다. 화목한 가족을 원한다면 먼저 서로의 삶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부모와 자녀 간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지나치게 서로의 인생을 간섭하고 강요해서는 안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감옥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결국은 사람 간의 관계 문제인 것 같다. 사람 간의 관계는 아무리 가까워도 타인이라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서로를 잘 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자. '나와 너'라는 차이, 각자의 삶을 인정할 수 있어야 행복한 우리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