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오스트로 백작부인 - 최신 원전 완역본 아르센 뤼팽 전집 12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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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오스트로 백작부인>은 아르센 뤼팽의 스무 살 시절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기서는 라울 당드레지로 등장한다. 아르센 뤼팽이라는 이름을 스스로 경멸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그냥 라울로 부르는 게 좋을 것 같다. 라울은 미스터리한 여인이자 마녀로 몰린 칼리오스트로 백작부인, 아니 조제핀 발사모를 구해낸다. 그녀와의 짧은 입맞춤을 잊지 못하는 건 라울이 그때까지 한 번도 사랑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라울에게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다시는 자신을 만날 생각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한가지 의문이 드는 건 조세핀 발사모를 만나기 전 라울은 클라리스라는 여인에게 사랑을 고백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서 아르센 뤼팽의 정체성을 파악할 수 있다. 그는 뻔한 캐릭터의 주인공이 아니다. 예리하고 명석한 두뇌를 가진 스무 살의 청년이 너무나 강렬한 사건을 경험했을 때 어떤 결과가 벌어질까? 칼리오스트로 백작부인과 라울 그리고 클라리스. 세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괴도 뤼팽, 그는 지금까지의 추리 소설 역사상 가장 독특한 주인공인 것 같다.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한니발 렉터 박사는 소름끼치는 살인마인데도 불구하고 스털링 요원에게는 묘한 친근감을 표시한다. 솔직히 살인마는 싫지만 한니발 박사의 놀라운 심리분석은 감탄을 자아냈던 기억이 난다. 범죄심리에 대해서 악마를 잡으려면 악마의 세계를 알아야만 한다는 말이 있다. 아르센 뤼팽을 보면서 한니발 렉터 박사를 떠올린 건 우연이었을까. 공포물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추리소설이 보여줄 수 있는 그만큼, 악의 세계를 엿본 것 같다.

누구에게나 스무 살은 순수한 시절이 아닐까 싶다. 라울 당드레지였던 청년이 아르센 뤼팽이 되기까지의 숨겨진 이야기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아름다운 사랑이 처참하게 찢겨진 느낌이랄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너무도 잔인한 사기를 펼쳤다는 게 가장 큰 반전인 것 같다. 우리는 흔히 그런 사기를 배신이라고 한다.

아르센 뤼팽의 첫 모험담을 당사자가 왜 그토록 밝히기 꺼려했는지 이해할 것 같다. 칼리오스트로 백작부인과의 모험은 끔찍한 비극이었다. 클라리스와는, 그건 라울과 두 사람만이 진실을 알 거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제3자로서는 이해불가능이다. 만약 라울과 같은 이십대를 지난다면 온전한 정신으로 살기는 힘들지 않을까라는 추측을 해본다. 라울이었기 때문에 아르센 뤼팽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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