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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의 시계 종소리 - 최신 원전 완역본 ㅣ 아르센 뤼팽 전집 11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7월
평점 :
레닌 공작, 아니 아르센 뤼팽이라고 해야 더 친근하게 느껴질 것이다.
어린 시절에 추리소설을 읽었던 사람들이라면 아르센 뤼팽이라는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모든 사건마다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게 거침없이 해결하는 모습은 가히 천재적이라고 할 만하다. 그는 사건의 전말을 명료하게 진술하고 논리적으로 정리해서 범인조차 꼼짝없이 인정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여덟 번의 시계 종소리>에서는 모두 여덟 건의 사건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사건들보다 더 중요한 사건이 있다. 우선 여기서는 뤼팽을 레닌이라고 칭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레닌 공작은 우연히 백작의 집에 머물다가 망루 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그때 백작의 조카며느리 오르탕스를 만나게 된다. 레닌 덕분에 의문의 살인 사건이 해결되고 그 덕분에 오르탕스는 잃었던 재산을 찾게 된다. 이 일을 계기로 레닌은 오르탕스에게 제안을 한다.
"첫 번째 모험을 한 오늘, 알랭그르 성의 괘종시계가 여덟 번 울렸습니다. 첫 번째 모험은 끝났으니, 예컨대 앞으로 3개월 동안 나와 함께 일곱 차례 더 멋진 모험을 계속하는 겁니다. 그리고 여덟 번째 모험이 끝나면 허락해주겠습니까...?" (44p)
레닌은 오르탕스에게 모험가다운 프러포즈를 하면서 오르탕스에게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고 말한다. 오르탕스는 레닌에게 7~8년 전 잃어버린 블라우스의 보석 단추 하나를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레닌과 오르탕스를 보면서 뜬금없이 추억의 미드 '블루문 특급'이 생각났다. 사설탐정인 브루스 윌리스가 전직 모델 시빌 셰퍼드와 파트너가 되어 사건을 해결하는 로맨틱 코미디 시리즈. 혹시나 하고 찾아보니 1985년 작품이다. 와우, 벌써 30년 전의 작품이었구나. 그러나 더 놀라운 건 아르센 뤼팽이 첫선을 보인 건 1905년이라는 사실이다. 2015년 현재까지도 아르센 뤼팽의 매력은 여전하다는 것.
<여덟 번의 시계 종소리>는 <블루문 특급>의 조상급으로 보면 될 것 같다.
레닌이 처음 오르탕스를 만났을 때는 단순한 호기심과 그녀를 즐겁게 해주고 싶다는 욕망으로 모험을 제안한다. 어쩌면 레닌이 여덟 번의 시계 종소리라는 조건을 만든 건 자신의 마음을 시험한 것이 아닌가 싶다. 자신이 오르탕스에게 느끼는 감정의 실체를 알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일을 해결하느라 서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시간을 갖지 못한다. 그러다가 오르탕스가 납치되면서 그녀에게 느낀 감정이 호기심과 욕망이 아닌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바로 이 점이 뤼팽의 매력이자 치명적 단점인 것 같다. 지나치리만큼 완벽한 남자가 뜨거운 가슴으로 사랑할 줄 안다는 점, 다만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지금 기준으로는 비현실적인 인물이라서 실감나는 소설은 아니지만 추리소설의 고전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