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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마르크 레비 지음, 장소미 옮김 / 북하우스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마르크 레비.
이름을 기억하게 된다. 그의 작품을 한 권이라도 읽게 된다면.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은 뉴욕타임스 기자 앤드루 스틸먼의 기묘한 경험으로부터 시작된다.
아침 7시 리버파크를 따라 조깅을 하던 앤드루는 미지의 여성이 찌른 바늘로 인해 과다출혈로 죽는다. 그리고 깨어난다.
어떻게? 왜? 그건 알 수 없다. 분명 극심한 통증을 느끼면서 죽었는데 깨어나보니 62일 전 과거로 돌아가 있다.
정말 섬뜩한 느낌일 것 같다. 죽어가는 경험이나 다시 살아난 경험이나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다.
어찌됐건 앤드루는 자신을 죽인 자가 누구인지를 밝혀내야만 한다. 과연 62일 후, 그는 어떻게 될까?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가다보면 그가 '죽었던' 사실에 대해 잠시 잊게 된다. 그는 곧 죽을 날이 정해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맡았던 취재를 위해 아르헨티나로 향한다. 원래 자신이 과거에 했던 일들을 해나가면서 용의자를 탐색한다. 누가 자신을 죽일 만큼 증오했는지를 알아낸다는 게, 앤드루의 경우처럼 죽은 뒤 살아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밝혀내고 싶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용감하게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누구나 시한부 인생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실감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미래를 모른다는 건 한편으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만약 앤드루처럼 62일 후에 자신이 죽을 거라는 걸 알고 있다면 제정신으로 살기는 힘들 것 같다. 그런데 앤드루는 매우 침착하고 이성적인 것 같다. 기자의 본능인가. 아무래도 그가 취재했던 중국의 불법 입양아 문제와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의 비리에 대한 취재에 몰두하다보면 자신의 처지를 깜박 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건 독자도 마찬가지다. 뉴욕타임스의 1면 기사로 실린 내용은 파급력이 크다. 진실을 밝히는 건 기자의 역할이다. 하지만 문득 앤드루에게 닥친 일들을 보면서 기자로서의 책임, 의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자신이 쓴 기사로 인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어떤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지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는 무책임한 기자인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의 첫 사랑 발레리와의 재회, 그리고 결혼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결혼을 앞두고 우연히 바에서 만난 묘령의 여자에게 첫눈에 반했다고 느끼는 부분에서는 너무나 실망스럽다. 앤드루는 그 감정을 진심이라고 말하지만 내게는 무책임한 감정이 아닌가 싶다.
앤드루를 둘러싼 사람들과 사건을 통해서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다는 것, 그 원인의 중심에는 바로 자신이 서 있다는 것.
정말 오랜만에 몰입하게 된 소설이다.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은 책을 덮으면서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