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에게 고한다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0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범죄소설을 읽다보면 범인은 곧 악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나 어린아이가 피해자인 경우는 범인에 대한 분노가 끓어오른다. 원한이나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라 계획된 범죄이기 때문이다. 그 어떤 경우든지 살인 자체가 목적인 범인을 인간으로 볼 수는 없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 인간의 범주에 들어갈 수 없는 종족들로 인해 이 세상이 지옥으로 변하는 것 같다. 그들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세상은 달라질텐데. 문득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떠오른다. 좀더 상상력을 발휘하여 아기일 때부터 정신적인 통제가 가능하다면 어떨까.

범죄자의 모습에서 과거의 아기 때 모습을 상상하기는 힘들다. 순수한 아기가 건전하고 정상적인 어른으로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먼저 고민해야 될 것 같다.

<범인에게 고한다>는 매우 독특한 범죄소설이다. 단순히 사건을 좇는 이야기가 아니다. 형사와 범인, 다수의 일반인들. 그들 간의 경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어린이 유괴 사건을 맡은 경찰들이 제대로 범인을 잡지 못해서 결국은 아이가 희생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기자회견에서 수사결과를 발표할 사람은 마키시마 형사다. 피해자 가족에게 유감을 표하면서 수사상의 실수는 인정하지 말라는 것이 상부의 지시다. 하지만 마키시마 형사는 기자들의 자극적인 질문에 감정을 드러내고 만다.

"불성실하잖습니까! 이제는 볼 장 다 봤다 이겁니까?"

"그게 아니야. 딸이 지금 병원에 있어서 걱정돼서 그래."

"자기 자식 일은 걱정하면서 살해당한 겐지 군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겁니까?"

"당연하지!" 마키시마는 완곡한 표현을 버리고 본심을 뛰어넘는 극단적인 말을 내뱉었다.

"남의 자식한테는 아무리 노력해도 감정 이입에 한계가 있는 법이야!" (131p)

사실 그 당시 마키시마는 자신의 딸 이즈미가 출산 후 혼수상태로 중환자실에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이성을 잃었던 것이다.

이미 벌어진 비극적인 사태에 대해서 누군가는 희생양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범인은 잡히지 않았고, 경찰은 범인을 잡지 못한 책임이 있으니 모든 분노의 화살이 경찰에게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기자 회견장에 나온 사람은 형사부 참사관이나 총무과장, 수사과장과 같은 간부가 아니라 마키시마 형사다. 아무도 왜 진짜 책임자가 나서지 않느냐고 묻지 않는다. 단지 왜 범인을 잡지 못했느냐만 묻는다. 피해자 가족 입장이라면 울분을 터뜨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면 매스컴은 손쉽게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도구인지도 모른다.

사건 해결보다는 성과에 급급한 경찰청이나 시청율을 위해서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방송국이나 본질은 똑같다. 그들은 진심으로 피해자를 걱정하지 않는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감정이 앞서면 제대로 판단할 수 없으니까, 객관적으로 냉정한 태도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마키시마 형사의 모습은 색다르게 비쳐진다. 기자회견장에서 '버럭형사'로 낙인 찍히고, 현장에서 좌천되어 지내던 그를 어린이 연쇄 살인범을 잡기 위한 특별 수사관으로 다시 불러들인다. 또다시 경찰의 희생양이 될 것이냐, 아니면 영웅이 될 것이냐. 마키시마 자신을 좌천시켰던 상급자 소네가 다시 불러들일 때에도 그는 덤덤하게 제안을 받아들인다. 마키시마는 방송에 출연하면서까지 범인을 유인하는 과감한 계획을 추진한다. 마키시마가 범인에게 던진 도전장이 의외의 효과를 가져온다. 사람이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존재인 것 같다.

<범인에게 고한다>는 범죄 사건에 초점을 두지 않고 이야기를 끌어간다는 점에서 놀라운 것 같다. 마키시마 형사를 통해 흥미로운 인간 탐구를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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