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려줘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42
A. S. 킹 지음, 박찬석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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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TV프로그램,

심각한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이를 관찰하고, 전문가가 직접 나서서 해결하는 내용이다.

똑같은 형식의 TV프로그램이 미국에서 이미 제작되어 인기를 끌었던 모양이다.

<나를 돌려줘>의 주인공 제럴드는 다섯 살 때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출연하여 '똥싸개'로 악명을 떨치게 된 소년이다. 화를 잘 내고, 기분 나쁘면 아무 데나 똥을 누는 다섯 살 악동 제럴드. 11년이 지났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제럴드를 그 때의 '똥싸개'로 기억한다.

한국판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극적인 변화로 좋게 마무리가 되던데, 미국판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서는 아이의 문제행동을 굉장히 자극적으로 편집했던 것 같다. 제럴드의 문제행동을 분석하고 중재했던 보모는 전문가가 아닌 연기자였다. 제럴드가 '똥싸개'로 낙인 찍힌 사건만 리얼하게 보여준 것이지, 그 이면에 벌어진 진실까지 보여준 건 아니다.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내용으로 잘 편집해서 방송으로 보여준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것이 바로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아무리 리얼리티를 강조해도 결국 방송 속성상 '짜고 치는 쇼'라는 걸 잊은 채, 현실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까지 책임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리얼 버라이어티 쇼에 나온 주인공이 감내해야 할 주변의 시선들이다.

제럴드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출연한 리얼리티 보이답게 문제아, 저능아 딱지를 붙인 채 11년을 살고 있다. 아무도 제럴드의 진짜 모습에는 관심이 없다. 2년 전에 이미 풀었던 대수학을 아직까지도 못 푸는 척 하면서 특수반에서 공부하고, 분노 조절 상담을 받으러 다닌다. 그리고 PEC 센터 매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나를 돌려줘>를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제럴드가 얼마나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지 알 것 같다. 남들 보기에는 '멍 때리기' 지만 제럴드에게는 잠시나마 현실을 떠나 행복한 상상을 할 수 있는 '제럴드데이'의 순간이다. 정말 PEC 센터 매점에서 만난 하키복 입은 아주머니처럼 제럴드를 꼬옥 안아주고 싶을 정도다. 진짜 가족이 아니어도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세상은 살 만한 것을. 다행히 제럴드에게 서커스단의 조와 아르바이트생 한나가 다가온다. 그들을 만나기 전까지 제럴드는 자기처럼 꼬인 인생은 없다고 생각했다. 친구가 없었으니까 다른 사람의 삶을 진지하게 들여다볼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나를 돌려줘>는 십대의 고민과 좌절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너무 리얼해서 책을 읽는 사람마저 울적해진다. 십대의 마음을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부모로서 안타깝고 속상한 부분도 있다. 큰누나 타샤와 엄마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건 이해의 차원이 아니라 정해진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비극이라면 그 비극으로부터 멀리 떨어지는 수밖에.

현명한 제럴드가 진짜 '제럴드데이'를 누릴 수 있어서 기쁘다. 함께 축하해주고 싶다.

이 책을 읽고나니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 떠오른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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