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
토머스 하디 지음, 서정아.우진하 옮김, 이현우 / 나무의철학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테스>의 작가로 유명한 토머스 하디.

그러나 실제로 토머스 하디에게 작가적 명성과 인기를 준 첫 작품은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라고 한다.

책 표지의 사진은 2015년 할리우드에서 토마스 하디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든 한 장면이다.

여주인공 밧세바와 군인 트로이의 키스 장면이 아름답고 신비롭게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영화 속 환상적인 장면은 끔찍한 비극의 시작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이 소설은 19세기 영국 웨식스에서 벌어진 비극적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여주인공 밧세바 에버딘은 당차고 똑똑한 여성이지만 어떤 이들에겐 허영심 많은 아가씨로 보인다. 어쩌면 허영심은 진실을 볼 수 없게 만드는 수많은 어리석음들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밧세바는 사랑을 너무나 얕잡아봤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아름답고 매력적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주변 남성들의 관심과 호의를 당연하게 여겼고, 스스로가 사랑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착각했던 게 아닌가 싶다.

밧세바에게 첫 눈에 반해 청혼을 했던 가브리엘 오크는 단번에 거절을 당한다. 그건 아마도 오크의 외모가 허름한 농부의 모습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밧세바는 거절 이유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도 그의 호의만은 잃고 싶어하지 않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오크는 단번에 밧세바의 허영심을 알아차린다. 그녀는 사랑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모르는 바보였다.

오크의 청혼 이후 웨식스를 떠났던 밧세바가 농장주인이 되어 돌아온다. 숙부가 유산으로 자신의 조카 밧세바에게 농장을 물려준 것이다. 반면 오크는 작은 농장을 운영하다가 한순간에 키우던 양을 모두 잃고 빈털터리가 된다. 운명의 장난처럼 오크는 밧세바의 농장에서 목동으로 일하는 일꾼의 처지가 되고 만다.

밧세바는 이웃의 농장주 볼드우드에게 밸런타인 데이에 장난으로 결혼해달라는 편지를 보내는 바람에 청혼을 받게 되고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볼드우드는 밧세바보다 열여덟 살 많은 남자로서 다소 우울하고 집착이 강한 성격이라 밧세바에게 끈질기게 매달린다. 이런저런 핑계로 볼드우드를 피하던 밧세바에게 갑자기 나타난 남자가 바로 책 표지 사진을 장식한 빨간제복의 군인, 프랜시스 트로이라는 놈이다. 트로이는 나쁜 놈, 비열한 놈, 한심한 놈이다.

밧세바라는 여성을 중심으로 오크, 볼드우드, 트로이라는 세 남자가 등장했고 그녀는 가장 나쁜 놈을 선택한다. 밧세바의 삶을 보고있노라면 저절로 화가 솟구친다. 책 제목처럼 독자를 성난군중으로 만드는 것 같다.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주도할 것 같던 밧세바가 어리석게도 헛된 감정에 이끌리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고 답답하다. 남자의 즉흥적이고 도발적인 키스에 넘어간 것이다. 밧세바가 봐야 할 것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예쁜 얼굴이 아니라 가슴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자신의 진심일 것이다. 눈 앞에 보이는 것에 속지 말고 보이지 않는 너머의 진실을 바라보기를. 그것이 토마스 하디가 전하는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