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마이어 : 나는 카메라다 비비안 마이어 시리즈
비비안 마이어 지음, 박여진 옮김 / 윌북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웃사이더 예술가와 진짜 예술가의 차이는 뭘까?

이 책 서문에 로라 립먼이 쓴 글에서 비비안 마이어는 아웃사이더 예술가가 아니라 자신의 작품을 계획하고 신중하게 대했던 진짜 예술가였다고 말한다.

남들이 규정하는 뭔가가 된다는 건 세상의 관심과 인정을 받는다는 걸 뜻한다. 하지만 비비안 마이어는 다르다. 그녀는 자신이 원했기 때문에 평생 사진을 찍었을뿐,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녀가 살았던 당시의 사회분위기가 어떠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전문적인 사진작가의 길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만약 그녀가 원했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사진작가로서의 직업을 찾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녀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 시간적으로 자유로운 보모, 가정부, 간병인 등의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추측하건대 사진을 찍는 행위 혹은 사진에 대한 구속을 원하지 않았던 것 같다. 사진 찍는 일이 직업이 되면 타인에게 그 권한을 넘기는 것이 되니까. 단순하게 자신이 찍고 싶은 사진을 마음껏 찍기를 원했던 것 같다. 얼마나 많은 사진을 찍었는지, 점점 늘어나는 사진박스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한다. 나중에는 필름을 보관하기 위해 창고를 빌렸다. 안타까운 건 비비안 마이어의 말년이 거의 노숙자와 다름없었다는 것이다. 창고 임대료를 내지 못해 보관했던 필름과 사진들이 경매에 넘어갔고, 이후 존 말루프의 소유가 된다.

현재 그녀의 사진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존 말루프가 사진의 가치를 발견하여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렸기 때문이다.

1926년 뉴욕에서 태어나 평생 독신으로 살다가 2009년 4월 21일 세상을 떠난 비비안 마이어.

'나는 카메라다.'

1959년 마이어가 찍은, 뉴욕 어퍼 웨스트사이드에 있는 옛날 상영관 탈리아의 차양에 쓰여 있는 글귀다. (28p)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그녀가 남긴 15만 장이 넘는 사진들은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본 세상이 담겨져 있다. 항상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다니면서 수없이 많은 사진을 찍었던 그녀는 떠나고 사진만 남아 있다. 뭔가 아련하고 애잔한 기분이 든다. 이 책은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 중에서 235점이 선별되어 실려 있는 사진집이다. 그녀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퍼즐 조각처럼 흩어진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의 삶을 모티브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가 4월 개봉예정이라고 한다. 알려진 것이 없기 때문에 신비롭게 느껴지는 것 같다. 창고에 보관된 채 사라질 뻔한 사진들이 세상의 빛을 보면서 그녀에 대한 관심도 커진 것 같다.

그녀의 사진은 생생한 일상이 느껴진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과 비비안 마이어 자신의 모습 속에서 그 시대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든다. 시간이 잠시 멈춘 것 같다. 바로 그 시간, 그 공간에 존재하는 사람을 카메라에 담는다는 것이 참으로 매력적이다. 비비안 마이어가 왜 그토록 평생 카메라를 놓지 못했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들은 사진이 주는 감동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준 작품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