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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아름다운 준비 - 유대인 랍비가 전하는
새러 데이비드슨.잘만 섀크터-샬로미 지음, 공경희 옮김 / 예문사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죽음을 앞둔 시기가 인생의 12월이라면 나는 지금 어느 시기쯤을 살고 있는 걸까?
나이듦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왠지 무겁게 느껴진다.
2009년 여든다섯 살의 랍비 잘만은 예순 중반의 칼럼니스트 새러 데이비드슨에게 인생 여정의 마지막 단계인 12월에 대한 대화를 나누자고 제안한다. 그리하여 새러는 2년 동안 랍비 잘만을 만나기 위해 정기적으로 금요일에 방문하게 된다. 이 책은 두 사람이 나눈 대화와 각자의 인생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쩌면 마지막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살아온 여정은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랍비 잘만이 어린 시절에 나치를 피해 오스트리아를 탈출했던 이야기부터 이후에 정통파 랍비가 되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혁신적인 활동으로 새로운 유대 부흥을 꾀했는지에 대한 내용들을 회고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나눈 대화라는 점에서 마치 그 자리에 함께 하고 있는듯한 느낌이 든다. 특히 새러 자신이 겪은 어머니의 죽음은 우리 인생의 단면을 보여준다. 치매를 앓던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던 순간이나 돌아가신 후에 자매가 함께 어머니의 몸을 씻겼던 일은 뭔가 숙연한 느낌을 갖게 한다. 반면 어머니의 장례를 준비하던 중에 걸려온 딸의 전화는 결혼 준비를 위해 웨딩드레스를 입어봤다는 기쁜 소식이다. 새러는 기쁨과 슬픔이 차올랐다고, '어머니가 죽어 가는 것을 알면서 흰 바닐라 설탕을 입힌 시나몬 롤빵을 먹었을 때처럼 만감이 교차했다'고 표현한다. 인간의 삶과 죽음이 너무나 절묘하게 뒤엉킨 순간, 이것이 인생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치매로 점점 기억이 사라지는 어머니를 보는 딸의 입장과 자기 자신의 정신과 육체가 조금씩 무너져가는 것을 지켜보는 입장은 다르다. 아무리 인생의 12월을 이야기해도 전부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솔직히 두렵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일을 미리 준비한다는 것이 마치 그 일을 앞당기는 것처럼 꺼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랍비 잘만의 의연한 태도를 보면서 인생의 12월을 준비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다시금 헤아려 보게 된다. 살아 숨쉬는 동안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인생 12월'이라는 주제는 버겁기만 하다. 다만 이들이 알려주는 '인생 12월 여행을 위한 아름다운 준비 항목'은 새겨둬야겠다. 용서로 치유하기, 감사한 마음 갖기, 신에게 푸념하기, 내 존재감 인식하기, 몸과 마음을 분리하기, 아픔을 받아들이기, 직감에 귀 기울이기, 고독과 친구하기, 지난 인생을 돌아보기,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자동차에 종 매달기, 마지막 순간을 연습하기. 어렵지만 하나씩 준비할 생각이다. 아름다운 인생은 스스로 만드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