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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 사람이다 - 사회심리에세이
이명수 지음 / 유리창 / 2015년 3월
평점 :
스마트폰으로 언제어디서든 실시간 뉴스를 볼 수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그 뉴스에 존재하지 않는 세상도 있다.
편집되어진 세상의 극히 일부분을 보면서, 우리는 '아, 세상이 이렇게 굴러가고 있구나.'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래야 사람이다>는 한겨레신문에 실렸던 '이명수의 사람그물'이라는 칼럼을 모은 책이다. 그는 자신이 4년간 세상을 향해 소리친 내용에 대해서, '왜 쓰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청동거울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요즘은 자신의 말과 글에 책임을 지는 사람보다 아닌 사람을 찾기가 더 쉬운 것 같다. 지키지도 못할 말들을 쏟아내놓고도 도리어 뻔뻔하게 대놓고 말을 바꿔버리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말할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들어야 할까.
2008년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던 인터넷 논객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구속되었다가 104일 만에 무죄로 석방되었다.
2009년 6월 쌍용자동차는 2600여 명을 정리 해고했다. 이후 평택은 한국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 되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그들의 가족들까지 합치면 20명 넘는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거나 돌연사했다.
2010년 12월 한진중공업이 400명을 정리 해고했다. 노조가 반발하여 나흘간 농성을 벌였고, 2011년 1월 6일부터 민주노총 김진숙 지도위원이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이후 시위 과정에서 경찰의 강압적인 최루액 진압이 문제가 되었고 2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11년에는 지상파 방송 엠비시가 자사 진행자 및 고정출연자가 사회적 현안에 대해 발언할 경우 출연을 금지하도록 하는 이른바 '소셜테이너 출연 금지법'을 만들었다.
2012년 엠비시 '피디수첩'의 베테랑 작가 6명 전원이 해고됐다.
2013년 4월 중구청은 쌍용차 희생자 24명의 분향소가 있던 곳에 화단을 설치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사고로 수학여행 가던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해 탑승객 476명 중 295명이 사망했다. 2014년 11월 11일 수색은 종료됐지만 9명은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 1년간 '세월호 특별법' 에 대한 진통은 계속되고 있다.
이미 지나간 일이라고 덮을 수 없는 일들이 있다. 몸에 생긴 상처도 흉터가 남는다. 하물며 마음에 난 상처는 오죽할까.
저자는 자신의 글을 '이웃', '분노', '함께', '불편'이라는 단어들로 묶어놓았다.
"어려울 때 손내밀어주는 사람, 이웃이다. 즐거울 때 함께 기뻐해주는 사람, 이웃이다. 우리는 서로 이웃이다. 그게 사람 사는 사회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시공간은 무의해졌다. 우리 모두는 이웃이다. 당신 곁에 내가 있다." (17p)
위에 나열된 사건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늘 그들 곁에 있다. 눈물 흘리는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는 일, 그건 특별하거나 대단한 일이 아니다. 너만의 고통이 아니라 우리의 고통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이웃이라는 걸 잊어버리는 순간, 철저히 외면하고 무관심해지는 게 아닐까 싶다. 요즘은 심각할 정도로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무관심하다. '함께 사는 사회'라는 인식 없이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없다. 또한 분노할 일에 분노해야 한다. 분노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래야 사람이라고. '사람'이라는 단어가 오늘따라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