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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치유한다 - 신경증 극복과 인간다운 성장
카렌 호나이 지음, 서상복 옮김 / 연암서가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평소에 즐겨보는 TV프로그램이 있다.
자신의 고민을 많은 사람들 앞에 나와서 직접 소개하는 내용이다.
수많은 고민들 중에는 본인이 가진 약점이나 숨기고 싶은 비밀을 밝히는 사연이 있는가하면, 타인으로 인해 괴로운 상황을 하소연하는 내용도 있다.
그 중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이 있다. 특별한 것에 집착한다거나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고민을 제공한 당사자들인데, 그들의 공통점은 "왜 이게 고민이 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남들도 다 그렇지 않나?"라는 식의 반응이다. 200명의 방청객이 지켜보고 정말 고민이라고 생각되는 사연을 투표로 뽑기 때문에 1등이 된 고민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보기에도 심각한 고민이다. 그런데 당사자들은 오히려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스스로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조금씩 자신의 문제점을 인식하게 되는 것 같다.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이유는 자신의 고민을 더이상 숨기지 않고 세상을 향해 당당히 나오는 '용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다함께 그 고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들어준다는 점이다. 이 프로그램 덕분에 타인의 고민을 함께 나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즐거운지를 경험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나를 치유한다>는 정신분석학의 대가 카렌 호나이의 대표작이자 마지막으로 저술한 책이다.
원제는 <신경증과 인간다운 성장>이다. 평소에 정신분석이나 심리학 관련 책을 즐겨 보는 편이지만, '신경증'을 제목에 등장시킨 책이라면 선뜻 읽을 생각을 못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책은 매우 전문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신경증의 원인이 무엇인지, 신경증이란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신경증에 걸린 성격의 유형을 어떻게 분류하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를테면 영광을 좇는 탐색이나 당위의 폭정과 같은 용어들은 전문 영역에 속한다. 다행인 것은 신경증 환자의 사례를 종종 언급하고 있어서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다. 신경증에 대한 탐구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보다 더 좋은 책은 없을 것 같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자신의 심리적 갈등 상황이 신경증의 일부일 수도 있다는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될 것이다. 나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주의깊게 살펴보면 정신과 의사가 아니더라도 약간의 심리적 장애를 발견할 때가 있다. 정신과 상담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이야말로 좋은 상담가 역할을 해 줄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는 초기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심리적 갈등 요인을 찾아 분석하고 해결하는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카렌 호나이는 기존의 프로이트 관점의 오류를 지적하면서 프로이트의 비관주의적 전망을 거부하고 있다. 그녀는 신경증 안에 있는 모든 비극적인 요소를 낱낱이 밝히면서도 프로이트의 비관주의를 넘어서 낙관주의로 나아가고자 한 것이다. 신경증에 사로잡힌 환자일지라도 진정한 자아를 찾고자 하는 의지를 갖는다면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정신분석 작업은 환자 스스로 자신의 진짜 감정을 느끼고 타인과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카렌 호나이는 정신분석을 거치면 인간다운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즉, '내가 나를 치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책의 두께만큼이나 신경증을 제대로 이해하기 버거웠지만, 깊이있는 접근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고마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