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감출 수 없는 내면의 지도 - 개정판 상상에 빠진 인문학 시리즈
벵자맹 주아노 지음, 신혜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니?"

백설공주에 나오는 사악한 왕비의 단골대사다. 그녀는 왜 거울에게 물었을까?

<얼굴, 감출 수 없는 내면의 지도>를 읽고나니 '얼굴'에 담긴 수수께끼를 푼 느낌이다. 결론은 아직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라는 것.

이 책에서는 그리스 신화 속에서 얼굴이 가진 상징과 다양한 가면의 세계, 거울이라는 상징적 관념 속 얼굴의 의미, 동서양 초상 미술의 역사, 현대 미술에 나타난 얼굴 등 다양한 관점으로 얼굴의 의미를 찾고 있다. '얼굴'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를 통해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것 같다.

만약 저자의 이력을 모른 채 이 책을 읽었다고 해도 다 읽고나면 알게 될 것이다. 한국 사람보다도 한국의 문화를 더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벵자맹 주아노, 이 책의 저자는 인문학과 철학을 전공한 프랑스인으로 파견교사로 한국에 왔다가 서울에 매료되어 지금까지 서울에 살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 머물면서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어 한국의 상상계 구조를 연구하기 위해 문화 인류학으로 전공을 바꿨다고 한다.

어쩐지 '얼굴'이라는 주제가 이토록 심오한 학문의 세계와 맞닿아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덕분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놀랍고 신기한 경험을 한 것 같다.

그동안 일차원적인 '얼굴'만을 생각했다면, 벵자맹 주아노를 통해 다차원적인 '얼굴'을 만나게 된 것이다.

우선 '상상계'와 '거울 단계'가 무엇인지를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 상상계[, Imaginary ]

상상계는 상징계, 실재와 더불어 라캉 정신분석학의 세 기본 범주에 속한다. 특히 초기 라캉에게 상상계는 분열된 육체를 상상적으로 통합하는, 거울단계에서의 육체 이미지와 연관된 개념이다. 생후 6개월~ 18개월 된 어린아이는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지각하고 환호성을 지르면 반응한다. 이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침팬지 같은 고등 포유 동물과는 다른 반응이다. 라캉에 따르면 거울에 비친 육체 이미지에 동일화함으로써 자아가 형성된다. 이것을 '거울 단계'라고 한다. 거울 이미지에 동일화함으로써 인간 주체는 자신을 전체적으로 경험, 파악하고 형성하지만, 이는 동시에 타자를 통한 자아의 형성이라는 소외의 과정이기도 하다.

"나는 타자이다." 그리고 나, 자아는 자신의 '실재'를 망각, 오인함으로써 형성된다. - 출처, 네이버 문학비평용어사전

우리는 매일 거울을 통해서 자신을 본다. 거울 없이는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다. 백설공주에 나오는 사악한 왕비는 동화 속 악역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인 것이다. 거울을 통해서만 자신의 아름다움과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때 거울은 타인에 의해서 규정된 사회적 이미지, 자아상을 의미한다. 거울을 통해 보는 이미지는 만들어진 환상이며 얼굴은 자신으로부터 단절된 가면이 된다.

근래 SNS를 통해 자신의 사진을 올리는 일이 일반화된 것 같다. 우리는 이미 다른 이들에게 보이고 싶은 자신의 모습을 선택하는 방법을 배운 것인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가면의 나를 개인의 나와 혼동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인류학자 조들레와 모스코비치는 "몸은 타인에 의해 규정되는...... 자아실현의 도구"라고 말한다. 이 도전적인 정의는 특히 얼굴에 적용이 가능할 것 같다. (137p)

얼굴은 사회 생활을 위한 일종의 가면이다. 현대 사회은 규격화된 가면을 요구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이들은 새로운 가면으로 바꾸기도 하는데, 한 번 바꾸게 되면 점점 더 가면을 의식하게 되고, 가면 속 자아를 잊어버릴 위험이 크다. 부디 가면에 현혹되지 말기를.

'얼굴'을 통해 본 내면의 지도,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점점 알게 될수록 흥미롭고 매력적인 발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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