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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들어왔다 - 신경림 - 다니카와 슌타로 대시집(對詩集)
신경림.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요시카와 나기 옮김 / 예담 / 2015년 3월
평점 :
시(詩)의 언어는 별과 같습니다. "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들어왔다"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알아차렸습니다.
아, 이 책은 시를 이야기하는구나라고.
그리고 시집을 펼쳐 본 게 언제였는지 더듬어봅니다.
깜깜한 밤 창문을 열어야 볼 수 있는 별, 아무리 수많은 별들이 반짝여도 그 창문을 열지 않으면 볼 수 없습니다. 요즘 우리의 마음은 굳게 닫힌 창문 같습니다. 별을 노래하던 마음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윤동주 시인은 차가운 감옥 안에서도 별을 노래하였는데 우리는 마음껏 별을 볼 수 있는데도 스스로 감옥 안에 갇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두 시인이 주인공입니다.
1935년 충북 충주 태생의 신경림 시인과 1931년 도쿄 태생의 다니카와 슌타로 시인은 각 나라를 대표하는 국민시인입니다.
두 시인은 2014년 1월부터 6월까지 시로 대화를 나눕니다. 형식을 정해놓은 것은 아닌데 5행의 시로 시작되어 5행의 시로 마무리됩니다. 각각 우리말과 일본어가 위아래로 쓰여진 모습이 제법 잘 어울립니다. 만약 시가 아니었다면 상상할 수 없는, 평화로운 공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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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 세상 말도
바다는 잠잠히 지워 버린다"*
그러나 말의 씨앗은 포레의 레퀘엠 속에 숨어 있다
그 아름다운 선율 속에서
따스한 오월의 햇살을 받으며 싹트는 날을 기다린다
다니카와
*홍윤숙 「바다를 위한 메모」에서 인용 |
서울 하늘에 별 몇 개 반짝 빛나는 걸 보았는데
아침에 깨어 보니 아파트 담장에
몇 송이 새빨간 장미가 매달려 웃고 있다
태초에 지상에 말이 있고
별과 꽃의 눈부신 춤이 있었으니
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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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두 시인의 대표시가 몇 편 실려 있습니다. 그 시들을 통해서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다니카와 슌타로 시인은 <자기소개>라는 시에서 구체적으로 자신을 드러냅니다.
"저는 키 작은 대머리 노인입니다
벌써 반세기 이상
명사 동사 조사 형용사 물음표 등
말들에 시달리면서 살았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사진으로 보니 다니카와 슌타로 시인의 모습이 시를 통해 그대로 겹쳐집니다. 소탈하고 솔직해보입니다. 웃는 모습이 마음 넉넉한 할아버지 같습니다.
신경림 시인은 <갈대>라는 시를 통해 시인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이 시를 읽는 사람은 알게 될 것입니다. 산다는 건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는 갈대의 마음이란 것을.
아무래도 우리의 언어로 쓰여진 시가 마음에 더 와닿는 것 같습니다.
2012년 6월 30일 도쿄에서 사회자 요시카와 나기가 진행하는 대담을 했고, 2013년 9월 29일 파주에서는 사회자 박숙경의 진행으로 대담을 가졌습니다.
두 시인은 두 번의 만남을 가진 후에 대 시 (對 詩)를 나눈 것입니다. 얼굴을 마주하고 말로 나누는 대화와 시로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 한국과 일본이라는 이질감이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언어는 다르지만 시인의 마음은 서로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얼굴은 다른데 웃는 표정이 닮은 것처럼 두 시인의 대시와 대담을 보면서 서로 닮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마지막으로 두 시인은 각자의 유년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인생에서 가장 순수하고 반짝이는 별과 같은 시절의 이야기.
이 만남에서 무엇이 생겨날까요?
두 시인이 나란히 서서 어깨동무를 한 사진이 있습니다. 골목길을 나란히 걸어가는 뒷모습도 보입니다.
시의 언어가 주는 신비로움을 경험한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반짝이는 별을 본 것 같습니다. 그 별들이 내 몸에 들어와 나의 마음까지 반짝반짝 빛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