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라디오
이토 세이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영림카디널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사람을 갑작스러운 사고로 잃는다는 건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그런데 그러한 고통에 빠진 사람이 수백 명, 아니 수만 명이 된다면 고통이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와 그 사회를 잠식해버릴지도 모른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사고.

우리나라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고통이 남아 있다. 누군가의 찢어지는 고통을 보면서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면 인간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고통을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비하하거나 왜곡한다면 그건 인간이 아닌 괴물이 아닐까. 여러가지 씁쓸한 뉴스 기사를 접하면서 우리 사회의 비극은 사고나 재해가 아닌 괴물의 탄생일지도 모르겠다.

<상상 라디오>는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초대형 쓰나미가 해변도시들을 덮치면서 후쿠시마현에 위치한 원전의 방사능 누출 사고까지 발생하여 사망자와 실종자가 2만여 명, 피난 주민이 33만 명에 이른 대참사에 대한 작은 위로의 이야기다.

일본 동북지역 어딘가에서 라디오 방송이 시작된다. DJ 아크라는 남자는 "안녕하세요. 상상 라디오입니다."라는 멘트로 시작하여 자신의 이야기, 청취자들의 사연 그리고 음악을 들려준다. 그는 누구이며 상상 라디오를 듣는 이들은 누구일까.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죽은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DJ 아크는 삼나무 꼭대기에서 휴대전화만으로 라디오 방송을 하고 있다. 가볍고 경쾌한 라디오 방송이지만 마음 한 켠이 아파온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지만 상상 라디오는 DJ 아크를 통해서 죽은 자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그들은 사랑하는 사람들, 보고 싶은 사람들을 향하여 말하고 있다. 그들이 못다한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서.  DJ 아크 역시 자신의 아내와 딸에게 연락하려고 하지만 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죽은 자와 산 자의 경계, 그 어디쯤에서 정말 DJ 아크의 상상 라디오가 방송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죽음은 영원한 이별이라고 생각했는데 만약 상상으로라도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마음이 편해질 것 같다. 그저 먼 여행을 떠난 거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잘 지내지?"라는 물음에  "응, 잘 지내."라는 한 마디면 충분할 것 같다.

<상상 라디오>는 작은 위로다. 상상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들리는 작은 위로다. 그래서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들이 떠올랐던 것 같다. 아무도 그들이 겪는 고통을 대신해 줄 수 없다. 그저 곁에서 바라볼 뿐이다. 부디 그들의 고통이 조금은 줄어들었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DJ 아크는 세상을 떠난 사람들과 남아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슬픈 위로를 건넨다. 슬프지만 인정해야 할 현실을 결국에는 마주하게 된다. 그것이 삶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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