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와 그, 영원히 넘을 수 없는
감성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설레고 즐겁다. 하지만 낯선 곳에서 만난 '벽'은 어쩐지 외롭고 쓸쓸하다.

여행 중에 우연히 찍은 사진인지, 일부러 벽을 주제로 찍기 위해 여행을 간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별 후 떠난 여행 사진이라고 생각하니 '벽'이라는 피사체가 굉장히 상징적으로 다가온다.

벽.

저자에게는 '그녀와 그, 영원히 넘을 수 없는'으로 정의된다. 내게는 그 벽이 이별이 만들어낸 잔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어쩔 수 없는 거리로 받아들여진다. 운명처럼 찾아온 사랑이 그 벽의 존재를 느끼지 못한 것 뿐이라고. 어쩌면 사랑은 그 벽, 어디쯤에 열려있는 창문으로 들어온 햇살 같은 것이 아닐까.

그 창문을 통해 상대의 마음을 바라보며 벽 너머로 갔다고 착각하면서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하는 건지도 모른다. 잠시 열려진 창문으로 그 너머를 볼 수는 있지만 함께 할 수는 없다. 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고 사랑한다는 건 너무나 어렵고 힘든 일이다. 사랑은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여자와 남자. 그들의 마음 속에 사랑이 따스한 햇살처럼 쏟아져도 어느 순간 먹구름이 몰려와 비를 맞는 순간이 올 것이다. 비바람이 불면 열려져 있던 창문은 닫힐 것이고 더 이상 그 너머를 볼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두들겨도 그 창문이 열리지 않는다면 묵묵히 돌아서야 할 것이다. 닫힌 창문은 그냥 벽이 된다.

<벽>이라는 책을 보면서 문득 이별한 후의 감정이 '벽'이라는 단어, 벽 사진만으로도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느낌을 받는다.

사랑, 우리 삶에서 결코 놓을 수 없는 그것. 하지만 어느 순간 놓쳐버렸을 때의 막막함은 그 어떤 상처보다 더 아프다는 걸 안다.

누구는 여행을 통해 치유한다고 말한다. 모든 것을 훌훌 털어내고 홀로 떠나는 여행은 의미가 있다. 이 책 속에는 한국, 크로아티아, 체코, 터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아르헨티나, 페루, 볼리비아, 칠레, 캄보디아를 한 컷의 사진으로 담아내고 있다. 우리는 그 곳을 직접 가보지 못한 채 한 컷의 사진으로만 짐작할 뿐이다. 그래서 사진은 사진을 찍은 사람의 감정이 담기는 것 같다. 낯선 곳에서 만나는 수많은 풍경들 중에 그가 본 찰나의 순간이 사진으로 남겨진다.

사랑은 영원하지만 우리의 사랑이 영원할 수 없는 건 어쩌면 사진을 찍듯이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없는 우리의 불완전함 때문이 아닐까.

이별의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벽>은 따끔한 주사약 같을 것이다. 보는 동안은 아프겠지만 결국은 받아들이고 언젠가는 나아질 것이다.

살다보니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러니까 살아가는 것이다. 오랜만에 촉촉한 감정에 젖게 되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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