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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딜 Red Deal - 피 같은 당신의 돈이 새고 있다!
이준서 지음 / SCGbooks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피 같은 당신의 돈이 새고 있다!'
공포영화의 광고 문구가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돈'이라는 사람들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건 돈의 힘이 아닐까 싶다.
여의도는 공원을 중심으로 동쪽 증권가와 서쪽 정치권으로 나뉘는데 이 책을 쓴 저자는 동쪽을 취재하다가 2011년 초부터 서쪽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대한민국 예산이 중요한 핵심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정부와 국회, 야당과 여당의 관계가 늘 적대관계는 아니다. 예산 문제로 연결될 때는 서로 공생을 위해 손을 맞잡는다. 이른바 레드 딜이 이뤄지는 것이다. 정부를 견제해야 할 국회의 워치독(watch-dog) 기능이 잠자고 있는 사이에 국민의 돈은 '눈먼 돈'으로 둔갑해버린다. 국가 재정 적자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저자는 레드 딜을 멈추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은 정부와 국회를 고발하는 내용이 아니다. 이제까지 국민들이 무관심했던 대한민국 예산에 대해 속속들이 알려주고자 하는 것이다.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공생 구조를 제대로 알아야 올바른 비판이 가능할테니 말이다. 국가 재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미 IMF를 통해 충분히 경험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예산에 대해서는 여전히 그들의 일로만 여겼던 사람들에게 <레드 딜>이라는 빨간신호등을 켜준 것이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정치권의 다양한 분들이 쓴 추천사가 몇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역시 정치하는 분들은 뭔가 다른 것 같다.
이 책에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정부예산이 확정되는 과정이 나온다. 이 책은 문고판 사이즈에 글자도 작지만 여백을 잘 활용해서 답답하거나 지루한 느낌은 없다.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고 국회가 심의, 의결하는 과정에 대한 절차들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376조원 규모의 어마어마한 정부예산이 나누어지는 과정은 이른바 시간과 권력의 전쟁터라고 볼 수 있다. 서로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한 물밑 작업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2부에서는 예산에 담긴 권력 코드를 해석하는 내용이다. 현행 시스템에서 최대한 예산을 확보하려는 고도의 전략 속에는 우리가 몰랐던 권력 코드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3부는 예산이 과연 어디에 어떤 식으로 쓰이는지를 살펴본다. 대한민국 가계부의 지출내역이다. 예산지출의 방향을 좌지우지하는 4가지 쟁점은 복지예산, 사회간접자본(SOC)예산, 지방정부예산, 입법활동과 관련된 이슈들이다.
4부는 우리의 미래 얘기다. 불안한 재정의 잠재 리스크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결국은 국민들, 우리의 자녀들이 짊어져야 하는 빚이다.
이 책에서는 예산 시스템 [정부 편성 -> 국회 심사 -> 정부 집행] 3단계 중에서 딱 3분의 1만을 다루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정치인들이 쏟아내는 공약들이 실현 가능한지 감별해내는 유일한 잣대는 '예산'이다. 재원대책이 있느냐를 따져보면 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납세자의 한 사람으로서 예산을 제대로 아는 것은 올바른 민주사회를 만드는 기본이 될 것이다. 말로 떠드는 공약이 아닌 실현가능한 공약, 제대로 된 정치 실현을 위해 국민이 더 똑똑해져야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