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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다치지 않게
설레다(최민정) 글.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2015년 새해가 밝았다. 새 달력을 펼쳤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를 맞기 위해 해돋이를 볼 수 있는 곳으로 몰려갔다. 혹은 '제야의 종'을 듣기 위해 서울 보신각을 찾았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12월 32일을 보내고 있다.
<내 마음 다치지 않게>는 감성 에세이다. 노란 포스트잇 그림 한 컷 속에 짝짝이 귀를 가진 설토(설레다 토끼)와 그의 오래된 친구 당근이 등장한다.
쉽게 상처받는 설토에게 오래된 친구 당근은 조용히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넨다. 많은 그림들이 있지만 유독 눈에 띄는 것이 따뜻한 차 한 잔이다. 엎질러진 찻잔, 여러개 놓여진 찻잔, 서로 마주 놓인 찻잔. 책 제목처럼 다독이고 꼬옥 안아주는 글들이 가득하다.
누군가에게 "밥 한 번 먹자"는 말은 기약없는 먼 훗날의 안부지만, "차 한 번 마시자"는 빠른시일 내에 함께 이야기하자는 요청일 수 있다.
"혼자이고 싶지만 혼자이고 싶지 않은 나를 위해"라는 설토의 말에 열렬히 공감했다. 어쩌면 이 책을 읽는 다른 사람들도 설토의 마음처럼 외롭지만 위로받고 싶어서 설토를 찾은 것이 아닐까. 언제나 설토 곁에서 지켜주는 당근처럼 내게도 그런 당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비록 내 곁에 당근은 없지만 이 책은 따뜻한 차 한 잔의 위로는 될 것 같다.
따뜻한 차 한 잔은 시간이 지나면 차갑게 식어버린다. 얼른 마시지 않으면 차가운 차로 변해버린다. 뜨겁지만 조금씩 호호 불어가며 마실 때 그 온기가 내 것이 된다.
너무나 춥고 시릴 때는 차 한 잔의 온기마저도 큰 힘이 될 때가 있다.
문득 나를 돌아보게 된다. 새해의 소망이나 결심보다도 내게는 '나'를 제대로 보는 것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아무도 나를 제대로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만약 누군가를 잘 안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는 분명 거짓말쟁이일 것이다. 속지 말자. 안 보인다고, 모른다고 그냥 솔직히 인정하자. 매일 불어오는 바람처럼 그냥 느껴지는대로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다면 불필요한 오해와 착각은 없을텐데. 그런데 왜 굳이 끄집어내고 드러내려고 하는 걸까. 보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함부러 상처주지 말기.
우리가 살면서 솔직해야 할 것은 자기자신을 향한 마음이지, 남에게 내뱉는 허튼말이 아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 "사실은 말이야~~" 라는 식의 말들. 앞으로는 '나'를 중심으로 살아야겠다.
매일매일 1월 1일처럼 살고 싶다. 오늘의 태양은 언제나 내게는 새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