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그래피 매거진 1 이어령 - 이어령 편 - 내일을 사는 우리 시대의 지성, Biograghy Magazine
스리체어스 편집부 엮음 / 스리체어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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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잡지다. 잡지로 분류되나 책의 형태는 양장본이다. 내용 역시 색다르다. 현재를 살고 있는 인물의 전기를 잡지 형식으로 엮어낸 것이다.

바이오그래피 매거진(BIOGRAPHY MAGAZINE) 창간호의 주인공은 이어령 선생님이다.

마치 출판물도 하나의 예술 장르로 만들어내겠다는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일반적인 전기가 아닌 특정한 삶의 조각들을 따로 떼어 확대하거나 시각적 이미지를 강조한 부분이 세련된 연출로 느껴진다. 이어령 선생님의 연세가 여든이 넘었는데 한 권의 책으로 그 분의 삶을 이야기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평론가, 작가, 언론인, 교수, 장관까지 대외적인 활동만도 엄청나다. 젊은 시절부터 저녁 이후에는 약속을 잡지 않고 독서와 집필에 전념하여 200권이 넘는 저작물을 출간할 정도로 평생 말과 글을 다룬 분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이 분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 정도로 명성이 자자한 분이지만 실제로 어떤 분인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에서도 이어령님의 주요 활동과 저작물을 아홉 가지로 간추리고 있다.

문득 궁금한 건 우리말을 사랑하는 이어령님이 이 잡지의 이름에 대한 언급이 없었나 하는 점이다. 우리말보다는 외국어로 표현해야 좀더 그럴듯하다고 여기는 요즘의 풍조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조기교육 열풍으로 겨우 우리말을 하는 아이들조차 영어유치원에서 영어이름을 만드는 세상이니, 수많은 영어이름 잡지 중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이어령님의 전기를 보면서 조정래 작가를 떠올린 건 우연이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꼽는 이어령님처럼 조정래 작가님도 치열하게 글을 쓰며 평생을 살았다는 점에서 역시 지성은 끊임없는 배움과 열정, 노력으로 빛나는 것임을 느끼게 된다. 또 한가지 공통점은 아내와 대학 동기이며 평생을 함께 한 진정한 동반자라는 점이다. 세간에는 이어령의 아내, 조정래의 아내로 불리지만 그 아내분들 역시 훌륭하게 자기 소임을 다하며 살아왔다는 점에서 존경스럽다. 부부가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배려하며 살아온 모습이 책에서 소개된 뛰어난 활동들보다 더 멋지고 훌륭해 보인다. 잡지든 책이든 결론은 독자의 몫이니까.

도대체 다음 인물은 누가 선정될 지가 무척 궁금하다.



"그래서 내가 우물을 파는 사람이라는 거요. 우물 파서 물 먹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여기를 파면 물이 있을까 궁금하고 답답해서 파는 거요.

살아 있다는 걸 증명하는 거죠. 내가 우물을 파서 어제까지도 없던 물이 솟아날 때 난 살아 있는 거예요. 열 개의 우물을 파면 난 열 개의 생명을 지속하는 거예요.

하나의 우물 속에서 마시고 앉았으면 그때 난 죽은 거야. 내가 어느 대담집에서 이런 말을 했어요. 내 묘비명에다 '여기 우물을 파고 다닌 사람, 죽음이란 마지막 우물을 파면 과연 무엇이 나올꼬? 그것이 하도 궁금해서 여기 묻혀 있는 사람'이라고 써 다오. 죽음마저도 난 호기심이야. 죽음이란 건 내 마지막 우물 파기예요. 나의 무덤은 무덤을 파는 게 아니라 우물을 파는 거예요. 거기서 물이 나올지, 빈 모래가 나올지, 그건 죽고 나서 사람들이 알게 되겠죠."  (94p-95p)


"80이 지나면 오늘이 마감이에요. 항상 오늘이 마감이야." (9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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