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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족의 역사 ㅣ 북멘토 그래픽노블 톡 1
리쿤우 지음, 김택규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리쿤우.
중국 만화가로 2010년 우에스트프랑스 상과 샤토드슈베르니 상을 수상했다.
처음 알게 된 만화가이지만 이 책 한 권을 읽고나니 왜 세계적인 만화가인지 알 것 같다.
<내 가족의 역사>는 중국 현대사를 자전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작품 속 '리'라는 인물이 작가 자신인 것 같은데 굉장히 현실적으로 그린 것이 특징이자 이 작품만의 매력인 것 같다. 만화지만 그림이 생생한 영상처럼 눈 앞에 그려지도록 묘사되어 그 내용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우연히 골동품 시장에서 만난 사내는 대단한 물건이 있다며 '리'를 뒷골목 빈민가로 데려간다. 그곳에는 한 노인이 지켜온 물건이 있다. 바로 엄청난 양의 사진들이다. 중국에서 단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사진으로 중일전쟁 시기의 일본군의 모습과 그들의 만행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그 때문에 이미 일본인들이 노인을 찾아와서 물건을 넘기라고 한 것인데 노인은 끝까지 그 사진들을 지켜낸 것이다. 원래 '리'를 데려간 사내는 노인의 제자였던 사람의 사촌인데 나중에는 사촌과 함께 제자처럼 지냈다고 한다. 제자였던 사촌은 노인에게 사진을 팔자고 했다가 노인과 관계가 틀어지고 지금은 골동품가게 사내만 노인을 만나고 있다. 노인은 사진을 절대 팔지 않는 대신에 '리'에게는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준다. 처음에는 이토록 방대한 양인 줄 몰랐다가 며칠에 걸쳐 찍을 정도로 많은데다가 사진 내용이 지닌 역사적 가치에 또 한 번 놀란다.
실제 사진이 책 속에 나와 있는데 1937년 중일전쟁 시기의 모습을 생생한 현장 사진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아마도 그 사진들은 일본기자들에 의해서 찍힌 것 같은데 그 당시에는 일본군의 모습을 자국민에게 알려 애국심을 고취할 목적이었겠지만 현재는 일본의 만행을 증명하는 역사적 증거물이 된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문득 우리의 역사의식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과거의 역사를 통해 배우지 않은 국민이 과연 미래를 생각할 수 있을까. 한국과 중국, 일본의 관계는 여전히 갈등이 남아있다.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에 대해 분노하고, 그들의 만행에 대해 널리 알려야 한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역사왜곡으로 자국의 이익을 취하려고 한다. 끝나지 않은 갈등 속에서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일까를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인 것 같다.
굉장히 현실적인 묘사의 만화를 보니 만화가 가진 표현의 다양성을 새삼 확인한 것 같다. 만화는 단지 형식일뿐 어떤 내용을 담아내느냐에 따라서 그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리쿤우의 만화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도 중국을 가장 뚜렷하게 표현해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영화처럼 스토리 전개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단숨에 읽게 되는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