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떡하지, 나? ㅣ 어떡하지, 나? 1
호소가와 텐텐 지음, 권남희 옮김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호소가와 텐텐의 만화, 처음 봤습니다.
일본에서는 꽤 인기작가인 것 같은데 제가 본 첫 느낌은 '엥, 그림이 왜 이렇지?'라는 약간의 실망감이었습니다.
책 표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어떡하지, 나?"라고 말하는 듯한 인물이 바로 주인공입니다. 흔히 만화 주인공이라고 하면 대단히 예쁘지는 않아도 귀엽거나 다른 어떤 매력을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지 않나요? 제가 기억하는 만화 주인공들을 떠올리면 캔디, 밍키, 세라, 라라 등등 눈빛 초롱초롱 순정만화였으니 아무래도 그 시절 이미지에 연연했던 것 같습니다.
첫 장을 넘겼다면 어쩔 수 없이 주인공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될 것 같아 열심히 봤습니다.
그런데 정말 대책이 없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다른 친구들은 취직을 한다거나 대학 진학을 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우리의 주인공만은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그냥 학교 안 가도 되니까 매일 집에서 보고 싶은 TV 프로를 실컷 보겠다는 생각 정도. 하지만 백수로 사는 일도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괜히 눈치가 보여서 취업하기 위한 구직활동을 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연기까지 합니다. 자신과 같은 처지인 백수 친구를 만나기도 합니다.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어떡하냐?'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러던 주인공이 아르바이트를 시작합니다. 쉬운 아르바이트는 하나도 없습니다. 더군다나 주인공은 사람을 대하는 일도 서툴고 계산도 잘 못합니다. 고등학생 알바보다도 못한 주인공을 보고 있자니 저절로 한숨이 나옵니다. 결국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애씁니다.
회사에 취직하는데 공장 경리직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구체적인 업무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회사 내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또 문제입니다. 여자들끼리 모이면 누군가를 험담하고 안좋은 소문을 내는 일. 주인공이 대단한 능력자는 아니지만 쑥덕거리는 여자들 부류가 아니라서 마음에 듭니다. 사내 연애를 하는 사람들과 얼키고설킨 관계들.
여기서 살짝, 일본과 한국의 직장이 비슷한 정서를 가졌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 괴롭고 힘들지만 직장생활이라는 사회를 경험하고 난 주인공은 드디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마지막을 보면서 호소가와 텐텐 자신의 이야기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사람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직장생활에는 맞지 않지만 자신의 감성을 만화로 그리고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으로 만화가가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많은 청춘들이 자신의 꿈보다는 현실에 끼워맞춘 삶을 사느라 힘이 듭니다. 정말 제가 본 만화 중에 가장 찌질한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마지막에는 큰 한 방을 보여줍니다. "부족하고 모자란 나도 내 꿈을 찾는데 왜 너라고 못하겠니?"라고 말해주는 듯 합니다. 뻔한 내용 허술한 그림처럼 보여도 실제로 주인공과 같은 처지에서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엄청난 공감과 함께 위로받을 수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모두들 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