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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매일 밤 어른이 된다
김신회 글.사진 / 예담 / 2014년 11월
평점 :
불면증이 있다거나 원래 잠이 없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보다 밤에 깨어 있는 시간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런데 베개에 머리만 대면 잠이 들 정도로 불면증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사람이 밤에 깨어 있는 건 어떤 연유일까.
그건 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보고 싶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졸린 눈을 비비면 잠을 쫓아내듯이 내게는 밤이 그런 존재 같다.
밤 11시까지는 연신 하품을 해대며 감기는 눈꺼풀을 끌어올리느라 안간힘을 쓰는데 막상 자정을 넘기면 뭔가 마법에 걸린 듯 잠이 사라지는 순간이 있다. 바로 그 시간부터가 온전한 나의 시간이 된다. 꼭 어떤 일을 해야 되는 경우라서 늦은 밤까지 깨어있다면 그 밤은 내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침묵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편안해지는 밤은 약간의 설렘과 흥분이 있다. 모두가 잠들어 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밤의 주인이 된 것 같아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진다.
<여자는 매일 밤 어른이 된다>는 밤을 사랑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다. 밤에 끄적이는 낙서 혹은 일기 같은 느낌이 든다.
그녀는 자신을 '게으른 방송작가이자 자발적 불면주의자'라고 소개한다. 철들기 전에 어른이 되어버려서 난감한, 그래서 매일 밤 조금씩 어른이 되면 더 좋겠다는 그녀의 바람에 공감한다. 나 역시 늘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하룻밤 사이에 어른의 몸을 갖게 된 어린아이마냥 어른으로 산다는 것이 아직도 어색하고 불편하다. 철들어야 어른이 될 줄 알았는데 언제 철들지도 모르고 여전히 철없이 살고 있다. 그런 속마음은 묻어둔 채 낮에는 어른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 나. 어쩌면 어른인 척 살아야 하는 낮 시간은 수많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피곤함이 나를 지치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밤은 어둠이 모든 것을 덮어버리고 내가 켠 스탠드 불빛만이 나 자신을 밝혀준다. 낮 동안 쓰고 있던 어른이라는 가면을 벗어놓을 수 있는 시간, 그 밤이 나를 유혹한다.
매일 밤 누릴 수는 없지만 가끔 내게 허락된 밤은 나를 위한 선물 같다. 이 책은 그녀가 썼지만 그녀가 적어내려간 밤의 기록은 그 글을 읽는 모든 사람의 밤이 되어버린 것 같다. 홀로 깨어 있는 밤은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비록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지만 조용히 누군가의 글을 읽다보면 그의 마음을 들여다본 나는 그 사람과 연결된 듯한 느낌이 든다. 이제 잠 못 드는 밤에는 얼굴도 모르는 그녀를 가끔 떠올릴 것 같다. 그녀도 아직 깨어있겠지......
"밤은 하루 중 유일하게 나를 위해 허락된 시간이다." (30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