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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말고 표현하라
박형욱 지음 / 처음북스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한때 성우가 꿈이었던 적이 있다.
주말의 명화를 보기 위해 온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던 때를 얘길하면 무슨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냐고 하겠지만. 이래서 추억을 더듬으면 나이를 못 속인다.
외국배우가 등장해서 유창한 우리말을 하는 것이 엄청 신기했는데 나중에 성우가 더빙한다는 걸 알게 됐고, 성우라는 직업의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목소리 연기자? 아마도 그 당시에는 멋진 외화 덕분에 성우의 목소리가 더욱 돋보였던 건지도 모르겠다. 어찌됐든 성우가 되기 위해서 혼자 목소리를 가다듬고 또박또박 책을 읽어도 보고, 감정을 실어 연기하듯 말하는 연습을 했었다. 문제는 내 목소리를 녹음하면서부터다. 와, 충격 그 자체였다. 도대체 넌 누구냐? 녹음된 목소리는 내 목소리가 아니었다. 아니, 내가 태어나서 쭉 들어왔던, 내 것이라 믿었던 목소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녹음된 낯선 내 목소리로는 성우가 되긴 힘들겠구나, 스스로 깨닫게 된 것 같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 성우의 꿈은 접었다고 해도 나만의 독특한 목소리를 발전시킬 수 있는 목소리, 발음, 표현 연습은 꾸준히 할 걸 그랬다는 거다. 살다보니 성우가 아니더라도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하거나 나를 표현해야 될 일이 의외로 많다. 그래서 오히려 성인이 된 뒤에 말하기 기술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 같다.
<말하지 말고 표현하라>는 말하기 고수라 할 수 있는 베테랑 성우의 비법이 담겨 있다.
말 잘하는 기술이나 기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대로 잘 표현하는 것이란다. 유창한 말솜씨만으로는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 우리가 말하는 것은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위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감정표현, 비언어 표현, 준언어 표현, 소리표현, 언어표현 등등. 얼핏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다양한 표현 기법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어떤 면에서는 표현연습을 위한 참고서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기가 말을 배운다는 자세로 하나씩 기본부터 차근차근 배우려는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자신의 진심을 제대로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잘못된 표현으로 오해나 갈등이 생기고 소통의 단절이 생기는 건 우리사회의 분위기와도 무관하지는 않을 것 같다. 자신을 표현하는 것은 튀는 행동이고 남보다 드러나는 건 안 좋다는 인식. 자신의 주장만이 옳다고 무조건 밀어붙이는 것이 토론인 줄 아는 분위기. 물론 점점 변화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자유로운 표현과 소통이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저자의 말처럼 '표현'은 나를 제대로 열고, 상대를 온전히 제대로 받아들이는 작업일 것이다.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진정한 소통이다. 어쩌면 저자의 노하우가 소통을 위한 최고의 비법은 아닐지라도 유익한 조언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