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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와 여우, 그리고 나 ㅣ 독깨비 (책콩 어린이) 32
패니 브리트 글, 이자벨 아르스노 그림,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4년 10월
평점 :
혹시 우리 아이가 따돌림을 받는다면?
<제인 에어와 여우, 그리고 나>라는 책을 처음 받아들고 깜짝 놀랐어요. 초등학생을 위한 동화책치고는 큼직하고 두툼한 그림책이었기 때문이지요.
첫 장을 펼치니 연필로 스케치한 흑백의 그림이 나오네요. 그냥 그림만으로도 느낌이 전해져 온다는 것이 신선하고 좋았어요.
주인공 헬레네는 현재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어요. 친하게 어울렸던 다섯 명의 친구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바로 그 친구들 중 제네비브라는 애가 주동이 되어 헬레네를 외톨이로 만들었어요. 어느날 갑자기, 제네비브와 친구들은 헬레네랑 더이상 놀지말라고, 걘 외톨이라고 정한 뒤로 그렇게 됐어요. 정말 제네비브라는 아이가 사악하게 느껴졌어요. 화장실에 적어놓은 낙서에는 '헬레네는 100킬로그램이 넘는대! 헬레네는 더러운 냄새도 난대!'라고 써 있어요.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하지만 반박할 수가 없었어요.
학교에서 마주치는 아이들의 눈빛과 헬레네의 의기소침한 눈빛이 너무나 대조되어, 보고 있는 제 마음까지 아파오네요.
엄마는 하루종일 일하시느라 바쁘세요. 그래도 헬레네가 입고 싶은 스커트를 만들어주시느라 밤늦게까지 재봉틀 앞에 앉아계셨어요. 엄마의 사랑이 스커트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도 엄마에게는 따돌림 당한다는 말을 할 수가 없어요. 너무나 걱정하실게 뻔하니까요. 이 책은 그림만으로도 헬레네의 마음이 어떤지 알 것 같아요.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아요. 문득 우리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헬레네처럼 엄마를 위해서 선의의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연히도 헬레네의 모습이 우리 아이와 많이 닮아서 그런 생각이 들었나봐요. 길게 늘어뜨린 생머리 소녀. 책을 좋아하는 소녀.
이런 헬레네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제인 에어>예요. 학교를 오가면서 <제인 에어>라는 책을 읽고 있어요. 제인 에어는 고아로 힘들게 지냈지만 똑똑하고 날씬한 숙녀로 자랐어요. 답답하고 힘든 학교 생활에서 헬레네의 유일한 친구는 제인 에어였어요. 언젠가 헬레네도 제인에어처럼 멋진 숙녀가 될 수 있을까요.
제네비브의 놀림 때문에 힘든 헬레네에게 또다른 걱정이 생겼어요. 곧 캠프를 간다는 거예요. 다른 아이들은 신이 났지만 헬레네는 마음이 불편하네요. 엄마와 수영복을 사러 간 헬레네. 자신의 생각을 쉽게 표현 못하는 헬레네가 너무 안타까워요. 40킬로그램도 너무 뚱뚱한 소시지라고 생각하는 헬레네.
캠프에서는 외톨이인 아이들끼리 한 조가 되었어요. 그 곳에서 만난 여우는 헬레네에게 다가왔어요. 아무도 헬레네에게 온 적이 없었는데 말이죠. 하지만 광견병에 옮는다며 소리치는 아이 때문에 여우는 사라져버려요. 헬레네에게는 그것조차 자신이 나쁘고 부족해서라고 생각해요. 우리의 헬레네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따돌림이나 왕따에 관한 동화책이 많지만 <제인 에어와 여우, 그리고 나>는 좀더 특별한 것 같아요.
아이들 사이에서 왕따가 된다는 건 아무 이유가 없다는 걸, 그냥 어느 순간 외톨이가 될 수 있다는 걸 저는 몰랐어요. 만약 우리 아이가 헬레네와 같은 일을 겪는다면 부모로서 발벗고 나서서 해결하려고 했을 거예요. 무슨 이유 때문인지 따져봤을 거예요. 이 책은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들도 꼭 봤으면 좋겠어요. 말 할 수 없는 아이의 마음을, 그리고 아프면서 성장해가는 아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