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 현대과학의 최전선에서 탐구한 의식의 기원과 본질
크리스토프 코흐 지음, 이정진 옮김 / 알마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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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뇌와 마음을 연구하는 과학자?

저자 크리스토프 코흐는 '의식'에 대한 과학적 연구의 개척자 중 한 사람이라고 한다.

이 책의 부제는 '낭만적 환원주의자의 고백'이다. 그는 자신을 수만 개의 시냅스를 지닌 수십억의 자그마한 신경세포가 끊임없이 일으키는 활동에서 의식에 대한 계량적인 설명을 찾기 때문에 환원주의자라고 말한다.

'의식'이라는 주제만큼 어려운 것이 없는 것 같다. 우리의 뇌를 속속들이 파헤쳐 감정과 의식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일이 아직까지는 미지의 탐험 같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의 연구를 딱딱하게 설명하기 보다는 이 책을 통해 고백이라는 형식으로 보여준다. 자신의 어린시절부터 시작하여 어떻게 과학자로 자라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의식'이라는 연구 주제를 가지고 과학적 시각으로 도전하게 된 이유와 그 과정을 이야기한다. 물리학자이자 생물학자로서 뇌를 보는 관점이란 어떤 것일까?

몸과 마음의 문제를 풀기 위해 객관적인 실험과 연구를 하며 다각도로 분석한다. 신경과학자들은 현미경과 자기공명장치를 통해 신경계를 살펴보고 물리적 배치의 세부지도를 그려낸다. 최근 기술로는 '광유전학'이 있다. 이 방법은 동물의 뇌 속 깊숙이 자리 잡은 신경세포의 특정한 그룹을 대상으로 뇌에 변형된 바이러스를 주입하면 이 바이러스는 특정 파장의 빛에만 반응하는 광수용체를 생성하는 뉴런을 만들어낸다. 그러면 이 뉴런들은 푸른색 짧은 펄스로 작동 스위치가 켜지고, 노란색 짧은 펄스로 스위치가 꺼질 수 있다.

뇌의 메커니즘과 의식에 대한 연구는 다양하다. 기능주의를 의식에 적용하면 인간의 뇌와 기능적으로 동일한 내부 구조를 지닌 어떠한 시스템도 인간의 뇌와 동일한 마음을 지닌다는 말이 된다. 이를테면 뇌속의 모든 축삭돌기, 시냅스, 신경세포가 구리선, 트랜지스터,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전기회로로 대체된다면 우리의 마음을 동일하게 남길 수 있다는 뜻이다. 근래 개봉했던 영화 <트랜센던스( Transcenders)>가 떠오른다. 슈퍼컴퓨터 '트랜센던스'에 자신의 뇌를 연결한 천재 과학자는 과연 본래의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의식'을 단순히 갑자기 생겨난 요소가 아닌 우주의 근본적인 특징으로 상정하면 통합정보이론은 정교한 형태의 범심론이 된다. 모든 만물이 어느 정도 지각을 지니고 있다는 가설은 이제껏 우리가 알고 있는 혹은 믿고 있는 사실에 위배된다. 사람과 인간과 유사한 종만이 지각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것.

의식에 관한 엄청난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여전히 의식의 정확한 정의에 대한 논쟁은 남아있다. 저자는 그러한 난제는 철학자에게 넘기고 의식을 계량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여 접근한다. 그는 대규모 신경과학 연구를 이끌어왔으며 포유류의 뇌가 어떻게 생성되었는지를 통해 인간의 이해를 넓히는 것이 주요 목표다.

하지만 이 모든 연구보다 더 인상적인 부분은 자신에 대한 성찰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음으로 인해 자신의 곁을 떠나고 무기력에 빠진 최악의 상태에서 그는 나약한 인간이었다는 것. 이를 통해 그는 자신이 느끼는 것보다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세상 그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당당할 것 같은 과학자의 자기 고백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솔직해서 더 아름답다. 인간적인 좌절과 슬픔 그리고 근본적인 두려움이 없다면 우리 자신을 과연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저자의 마지막 말처럼 책은 더 나은 인간 본성에 대한 증거다. 인간이기에 끊임없이 탐구해야 할 주제가 '의식'이라는 것. 이 책을 통해 모래알만큼 알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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