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살 아이와 함께, 유럽 - 초6에게 맞히는 사춘기 예방주사
김춘희 지음 / 더블:엔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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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리얼한 여행기가 또 있을까.

누군가의 여행기를 읽는다는 건 1%의 대리만족과 99%의 부러움을 남기는 일이다.

그렇다면 아이들과 함께 떠난 유럽여행은 어떨까?  글쎄, 어쩐지 눈물나면서도 멋진 고생담인 것 같다. 여행 당시에 6학년이었던 초딩군이 벌써 중3이 되었단다. 그러니까 이 책은 3년 숙성된 유럽여행기인 것이다. 당장 아이들과 유럽여행을 계획한 엄마라면 맛보기용 안내서로 유용할 듯 싶다. 사실 그보다는 엄마의 솔직유쾌한 입담 아니 글솜씨만으로도 즐거워지는 책이다.  30박 31일짜리 유럽여행의 주인공은 6학년 아들 초딩군과 6살 푸린양의 엄마지만 특별보너스로 친구 K네 가족 이야기도 잠깐씩 등장한다. 아줌마 둘에, 아이 넷이 합쳐 6명이 여행길에 올랐으나 서로 취향이 다른 점을 고려하여 여행일정을 부분적으로는 따로 계획한 것 같다. 큰애들 덕분에 친구가 된 아줌마 둘이 유럽여행을, 그것도 아이들까지 데리고 갔다는 건 대단한 용기이자 모험인 것 같다. 저자의 말처럼 여행준비 중 가장 마지막은 마음 비우기가 아닐까 싶다.

저 멀리 해외가 아니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장소만 달라졌을 뿐이지 집에서 벌어지는 상황의 연장선이라고 보면 된다. 배고프면 배고프다, 힘들면 힘들다, 맘에 안 들면 짜증난다 등등 아이들의 온갖 요구사항을 해결해야 하는 역할이 엄마니까. 엄마 입장에서는 아이들에게 유럽을 직접 체험하게 해주려고 큰 결심을 한 것이지만 과연 아이들이 엄마의 마음을 알아줄까는 의문이다. 아들 입장을 보자면 즐거워야 할 여행 중에 수학문제집을 챙겨가 매일 풀게 했으니 엄마의 극성은 못말리겠다.

여행 떠나기 전에 주변사람들로부터 아이들이 어린데 나중에 기억이나 하겠냐는 우려의 소리를 많이 들었던 것을 보면 영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푸린 양은 정말 어린 나이에 먼 길을 떠난 것이라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던 것 같고, 오빠나 엄마보다는 유럽여행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만한 준비가 덜 되었던 것 같다. 비록 자신이 영국, 프랑스, 홍콩을 누볐다는 사실은 잊을지라도 엄마와 함께 떠난 여행의 추억 자체는 가슴에 남아있지 않을까. 반면 초딩군은 유럽여행을 다녀온 후 중학교에서 본 첫 시험에서 전교 1등을 했으니 엄마로서는 무척 뿌듯했을 것이다. 역시 유럽여행 덕분이구나 싶었는데 중2가 되자마자 불어닥친 사춘기병은 엄마를 힘들게 하였으니 약발이 다 했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다행히 지금은 어엿한 중3 남학생이 되어 여행후기를 작성한 것을 보니 헛된 여행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무조건 사춘기 반항이 시작될 때는 여행을 보내는 것도 한 방법일 듯 싶다. 집을 떠나봐야 소중함을 깨닫을테니.... 훗훗...... 근래 중2 학생들이 떠난 유럽여행기를 보니 부모 품을 벗어나 보는 것이 좋은 인생 공부가 되는 것 같다. 

묘한 건 이 책은 아이들의 이야기보다 엄마들의 이야기에 더 관심이 간다. 아줌마의 마음은 아줌마가 알아준다고, 자신의 일생일대 첫 유럽여행을 아이들과 떠나는 설렘과 흥분이 그대로 느껴진다. 여행 중 속상하고 힘든 일도 있었겠지만 언제든 극복해내는 힘, 아줌마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여행이었던 것 같다.

중간에 웃음이 살짝 나온 에피소드를 소개하자면 한국에서 시청하던 드라마 한 편을 보기 위해 여덟 시간에 걸쳐 다운받는 노고를 마다하지 않고, 드디어 아이들 몰래 한밤중에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샘이 터지는 바람에 퉁퉁 부은 눈을 아침에 본 딸의 한 마디가 정곡을 찌른다. "엄마도 아빠가 보고 싶어서 울었구나."

가정의 평화를 생각한다면 한국에 혼자 있을 남편이 그리워 눈물을 흘리는 것이 맞지만  한 달 동안 체계적으로 어질러진 집을 본 순간은 '나 다시 돌아갈래'라는 심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 책 덕분에 숨겨왔던 진실이 드러나고 말았네. 딸도 이해할 날이 오겠지. 

떠날까 말까 고민이라면 떠나라고?  정말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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