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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감옥 - 생각을 통제하는 거대한 힘
니콜라스 카 지음, 이진원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세계적인 디지털 사상가 니콜라스 카는 이 책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거둔 테크놀로지가 우리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가로막는 유리감옥이 될 수 있다는 걸 경고한다.
18세기와 19세기 초 영국 중부와 북부 직물공업지대에서는 새로운 기계로 인해 숙련된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처하면서 벌인 기계 파괴 운동을 러다이트 운동이라고 한다. 한밤중에 공장을 급습하여 기계를 파괴했지만 결국에는 새로운 기계 체제를 받아들여야 했다는 사실.
미국 역시 1990년대 초 경기침체로 대량 해고 사태가 벌어지면서 컴퓨터 자동화와 정교해진 소프트웨어 기술이 실업을 가속화할 거라는 두려움이 확산되었다는 사실.
2011년 후반 에릭 브린욜프슨과 앤드류 맥아피의 저서 <기계와의 경쟁>에서는 인간이 기계와의 경쟁에서 패하고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는 것.
세계 역사 속에 이러한 기계화에 대한 거센 저항이 있었고 현재에도 기술 발달에 따른 실업에 대한 경고를 하고 있지만 대중들은 너무나 평온하게 자동화를 수용할 뿐아니라 맹신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스마트폰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불과 5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로 국민 대다수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스마트폰중독자가 생길 정도가 되었으니 더이상 간과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이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서 문제를 해결할 때면 가끔 안심과 편형이라는 두 가지 인지적 질환에 걸리곤 한다.
안심은 잠재적인 위험이나 결함을 모르고 지나치게 자동화된 시스템에 의존하는 경향을 말하고, 편향은 자동화를 맹신하는 경향을 뜻한다.
이 두 질환은 우리가 화이트헤드처럼 고민해보지 않고 중요한 일들을 처리할 때 걸릴 수 있는 덫이다. (109p)
병원의 경우를 봐도 컴퓨터 자동화 시스템을 운용하는 의사들이 이런 시스템이 없는 의사들보다 더 많이 영상 검사를 지시했다는 증거가 있다. 또한 진료 기록을 직접 쓰던 때에 비해 컴퓨터 사용으로 표준 문안을 잘라서 붙이면서 환자에 대한 정보의 질이 떨어질 뿐아니라 진단과 치료 결정 능력까지 떨어진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컴퓨터 자동화가 의사의 판단까지 대신해줄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자동화는 노동력을 줄여주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일을 하는 사람들의 역할, 태도, 기술을 포함해서 전체적인 일의 성격까지 바꿔놓음으로써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인간이 복잡한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사용해야 할 뇌를 점점 더 게을러지게 만든 것이다. 컴퓨터가 주는 혜택을 잃지 않으면서 유리감옥을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문득 영화 <다이버전트>가 생각난다. 인간의 뇌를 조종하여 평화를 유지하겠다는 지도층에 대항하여 자유의지로 도전하는 다이버전트.
"그들은 질서와 복종을, 나는 자유와 혼돈을 택했다!" - 다이버전트 중에서
이미 여러 SF영화에서 보여준 미래사회는 유리감옥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유리감옥에 갇혀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사는 것이 위험한 것이다. 이제 깨달았다면 벗어나는 방법은 우리의 의지에 달린 것이 아닐까. 다이버전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