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여자는 위험하다 - 그리고 강하다
슈테판 볼만 지음, 김세나 옮김 / 이봄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아들과 딸>이라는 드라마 제목보다 '귀남이와 후남이'로 더 유명한 드라마가 있었다.

연기파 배우 김희애와 최수종이 나왔던 그 드라마를 보면서 얼마나 많은 딸들이 공감했는지 모른다. 이 드라마에 열광했던 세대라면 후남이 만큼은 아니어도 딸이라서, 여자라서 뭔가 억울하고 속상했던 적이 한 두 번쯤은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내가 부모가 되면 절대로 여자와 남자를 차별하는 일은 없으리라 다짐했건만 세상을 변화시키기에는 티끌에 불과한 결심이 아니었나 싶다. 어쩌면 나는 아니라고 부정하지만 어느새 여자라는 이유로 침묵하고 물러서고 주저앉는 것이 익숙해진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직장을 그만두면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다보니 나의 존재를 잠시 잊고 살아온 것 같다. 아이들이 크면서 다시 사회생활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엄마로서의 존재만 남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자아실현이나 꿈을 이루기 위한 일은 생각해본 적이 없고 당장의 살림과 아이들을 떠올리며 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생각하는 여자는 위험하다. 그리고 강하다.

나는 과연 생각하는 여자인가?

엄마로서 행복하다. 하지만 문득 한 인간으로서의 나도 행복한가를 자문할 때가 있다. 남자와 여자로 구분할 필요없이 순수하게, 당당한 나 자신으로 살고 있는가.

이 책은 어설픈 여성평등이나 페미니즘을 떠들지 않는다. 단 한 번도 생각의 끈을 놓지 않았던 여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다. 어쩌면 그녀들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우리가 좀더 자유로울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오리아나 팔라치, 수전 손택, 안나 폴릿콥스카야, 아룬다티 로이, 마르잔 사트라피, 아웅 산 수 치, 앙겔라 메르켈, 인디라 간디, 마거릿 대처, 베르타 폰 주트너, 루 안드레아스살로메, 아인 랜드, 시몬 드 보부아르, 한나 아렌트, 시몬 베이유, 알리체 슈바르처, 마리 퀴리 & 리제 마이트너, 에미 뇌터, 레이철 카슨, 시실리 손더스, 제인 구달. 이 중에서 몇 명을 알고 있는가.

세상에 위대한 사람들은 많지만 그 중 여성의 경우는 덜 부각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불합리한 세상에 반항하고 힘을 갖추고 '나'를 쓸 줄 아는 여자에 대해서 여자들은 알아야 한다. 여자라서 행복하고, 여자라서 가능한 일들이 그저 가정 안에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세상 밖으로 당당히 나서기 위해서 생각하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제법 힘이 되는 것 같다. 어린시절에는 잠시 남자로 태어났으면 바랐던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여자라는 이유가 더이상 한계나 약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물론 아이를 키우면서 부딪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남아있지만 그것 또한 극복해야 할 문제이지, 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나이들수록 아름다운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어떻게 살아야 나다운 모습일까. 여자에게 따뜻한 가슴만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냉철한 머리로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생각하는 여자는 자유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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