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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충격
더글러스 러시코프 지음, 박종성.장석훈 옮김 / 청림출판 / 2014년 8월
평점 :
이 책을 읽는다는 건 내게 주어진 현재라는 시간 중 일정부분을 소비하는 행위이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간과 비교한다면 그리 많은 시간은 아니지만 동일한 시간이었다고 해도 내용면에서는 극과 극의 차이를 느낄 것이다. 수시로 짧은 시간을 할애해도 무리가 없는 스마트폰과 달리 이 책을 읽는다는 건 좀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것 같다.
이것이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현재의 충격을 말해주는 하나의 예가 아닐까 싶다.
디지털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는 많은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다. 항상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뉴스와 정보를 일일이 따라잡기에는 벅차지만 누군가 어떤 정보를 말할 때 미처 확인하지 못하면 개운치 않은 느낌이 든다.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디지털 세상에 속해있지 않으면 불안감 내지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다. 요즘에는 스마트폰 중독이 남의 일만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일부러 휴일에는 스마트폰을 아예 안 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텔레비전과 스마트폰, 컴퓨터로 쏟아지는 정보들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가끔은 세뇌당하는 기분이 들 정도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져서 모든 정보를 여과없이 받아들이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저자는 현재의 충격을 무너진 서사와 디지털 분열, 태엽 감기, 프랙털 강박, 종말론과 대재앙으로 설명하고 있다. 각 장에서 설명하는 내용은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충격인데 중요한 건 우리 스스로가 그것을 충격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충격을 충격으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큰 충격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에서도 SNS 초창기에 연예인이 자신의 개인적인 의견을 온라인상에 올렸다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오프라인 상에서 말하는 건 흔적이 남지 않지만 온라인 상에서는 동시다발적으로 퍼져나가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온라인이 가진 파급효과는 정말 엄청난 것 같다. 이제는 개인이 자발적으로 올린 것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에 의해서 개인의 정보가 한순간에 퍼져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더 많아진 것 같다. 더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변질된 것이다.
물론 SNS를 통해 전세계 사람들과 많은 것을 동시간에 공유할 수 있어서 유익한 부분도 많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현재의 충격이 존재하고 있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쇼핑을 하는 일과 같은 소비행위 속에서 현재 충격을 살펴보는 일은 좀더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시간을 압축하고 풀면서 미래나 과거에 매이지 않으면서 현재의 삶을 접근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절대적인 현재주의 접근이 아니라 자신과 다른 사람, 사물들을 이어주는 것들에 대해서 더 많이 의식하고 생각하는 힘을 가지라는 의미다. 미래를 너무 멀리 내다보고 걱정하다가는 현재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무기력해질 수 있다.
지금 사회가 이뤄낸 급속한 기술 진보는 우리가 만든 현재이며 다가올 미래에 실행될 프로그램 역시 우리가 쓰고 있다. 여기서는 영속적인 지금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이제는 먼 미래가 아닌 당장 현재의 충격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대로 현재의 충격을 마주하는 것이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순간에 대해 책임지고 통제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