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과 한의학, 치료로 만나다 - 원효사상으로 어루만지는 이 시대의 아픔
강용원 지음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병원을 갔다. 30분 대기, 1분 진료 끝.

증상을 말하고 처방받는 시간까지 고작 1분이면 끝나는데 뭐하러 병원까지 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한의원은 조금 나은 편이다. 진료하면서 몇 마디의 말이 오갈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떤 한의원은 약국처럼 한약을 처방해서 판매하는 느낌이 든다.

누구 말처럼 병원쇼핑을 해야지 제대로 된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불신의 시대가 된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이야기하는' 한의사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인문치료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한 마음에 책을 읽다보니 그 속에 원효를 만나게 된다.

원효 사상은 화쟁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며, 우리나라 고유의 한사상이라고 설명한다.

일심을 구현하기 위해 무궁히 중첩, 무진히 집합하는 자발적 깨뜨림이 화쟁입니다. 화쟁은, 마침내, 무애로 황홀하게 연주됩니다. 화쟁이라는 옹골차고도 날카로운 사위가 없으면 무애의 춤은 당최 성립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원효사상, 인문 원효의 고갱이입니다. (95p)

설명이 길어질수록 머릿속은 혼란스럽지만 대략 이해하자면 현재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탐욕구조를 깨뜨리기 위해서 원효사상을 통한 공동체 운동이 필요하다는 뜻인 것 같다. 그가 인문치료라고 말하는 건 정말 우리가 원하는 치료방법인 것 같다. 환자를 돈으로 보는 병원의 행태, 환자를 인간이 아닌 질병의 근원지로 보는 의사들에게 질렸고, 정상적인 사람도 환자로 만드는 이 사회에 질렸기 때문이다. 개인에게 생긴 마음의 병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정치, 생태문제와 엮여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의사가 몇이나 될까 싶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OECD 국가 가운데 1위라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우울장애가 더 쉽게 발병되고,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왜 이 사회에 인문이 살아나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도 화쟁을 통해 병들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를 치료하자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문이란 이론이 아닌 실천이며 우리 모두가 잘 살기 위한 기본이 되어야 한다. 아픈 사람을 치료한다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아픔까지도 읽어낸다는 의미가 아닐까. 부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아픔뿐 아니라 시대의 아픔까지도 어루만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믿을만한 의사를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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