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난폭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가 믿는 혹은 알고 있는 사랑은 어떤 모습인가?

결혼한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와 그 남자의 아내.

이 소설은 두 여자의 일기와 함께 이야기가 전개된다.

죽도록 사랑해서 결혼했으면서 이제와서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고?

아무래도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젊은 여자의 일기를 읽으면서 화가 난다. 자신의 이기적인 사랑을, 불륜을 고귀한 사랑이라고 여기는 것 같아서다.

엄밀히 말하면 이 여자보다 더 나쁜 건 바람 피우고 있는 남편이다. 사랑이 식었다고 해서 8년간의 결혼생활까지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어쩌면 권태기에 빠진 부부들은 함께 생활하는 것이지, 사랑하며 사는 게 아닐 수 있다. 그렇다고 아내를 배신하는 것까지 용납할 수는 없다. 적어도 서로 인간적인 예의는 지켜줘야 하는 게 아닌가.

아내가 남편에게 늘 하는 말은 "사랑해!"가 아니라 "밥은?"이다. 그까짓 밥이 뭐라고, 아니 밥 얘기 말고는 서로 할 말이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내로서 충실한 역할은 하고 있다. 아이는 없지만 시부모님이 옆집에 살고 계셔서 수시로 부모님을 챙긴다. 시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졌을 때도 집안을 챙기고 병간호까지 했으니까.

남편의 여자가 임신을 한다. 아마도 임신이 남편의 마음을 완전히 돌아서게 한 것 같다. 아내는 단순한 바람으로 여기고 덮으려 했지만 남편은 끝까지 세 사람의 만남을 고집한다. 그래서 세 사람이 만난다. 불륜녀는 예상외로 너무나 수수한 여자다. 이런 만남이 긴장된 탓인지 떨기까지 한다. 이후 아내는 남편 몰래 불륜녀를 만나 아기를 지우라고 말하고 돌아서는데 그 여자가 쓰러진다. 망설이던 아내는 그 여자를 병원으로 데려가고 아기를 살린다. 결국 남편은 자신의 아기를 임신한 여자를 선택하고 집을 나간다. 집에는 이혼서류가 도착해 있다.

특별날 것 없는 중년부부의 불륜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마지막 반전이 있다. 인생은 반전이다. 생각한 대로 계획한 대로 되는 일보다 예기치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살다보면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일들이 눈 앞에 벌어져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일. 누구는 인생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우리 인생에서 사랑은 혼자 만들 수 없는 일이기에 우리의 뜻과 어긋날 때가 많은 것 같다.

<사랑에 난폭>은 철저하게 이기적인 남편이 만들어낸 결과다. 남편의 여자들은 그 난폭에 희생된 것이다. 아니, 그의 사랑을 받고 있을 때는 깨닫지 못할 뿐이다. 아내를 버리는 남편이라는 인간은 사랑할 자격이 없다. 아무리 불륜을 미화해도 내게는 남편이란 작자가 그저 나쁜놈이고, 여자들은 농락당한 것이다. 우리는 사랑을 너무 함부로 쉽게 내뱉는 것은 아닌지...... 요시다 슈이치가 만들어낸 여자의 심리묘사가 굉장히 사실적으로 와닿는다. 몰입해서 읽다보니 어이없는 결말에 입이 벌어진다. 역시 사필귀정인가 싶다.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걸 남편도 깨달을 날이 올 것이다. 속은 건 우리 자신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깜쪽같이 속고 말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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