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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여행 - 헤세와 함께 하는 스위스.남독일.이탈리아.아시아 여행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7월
평점 :
널리 알려진 유명한 여행지를 찾듯이 책을 고를 때에도 누군가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한 책이 있다.
헤르만 헤세의 작품들은 학창시절에 즐겨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의 에세이는 읽은 적이 없는 것 같다. 소설은 새로운 창조의 결과물이라면 에세이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누군가의 책을 읽는다는 건 그의 정신세계를 여행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헤세의 여행>은 헤르만 헤세가 24세부터 50세까지 쓴 에세이 중 여행이나 소풍에 관한 글과 여러 나라의 여행을 기록한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
근래 여행을 주제로 한 TV프로그램이나 여행관련 서적이 많아지다보니 멀게만 느껴지던 유럽 여러 나라들까지 영상이나 사진을 통해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아름답고 멋진 자연풍경이나 이국적인 모습을 보면서 마치 내가 그곳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할 때도 있다. 눈으로만 즐기는 것은 여행이 아니다. 앞으로 언젠가는 여행을 하겠다는 생각은 대부분 생각으로 그칠 때가 더 많다. 그만큼 여행을 실제로 떠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에게 일반적인 여행은 여름철에 떠나는 피서나 주말여행 등 짧은 기간 집을 떠나는 경우를 의미한다. 무엇인가를 느끼고 생각한다기 보다는 그냥 단순히 쉬고 즐긴다는 개념이 더 강한 것 같다. 누구 말처럼 여행은 하나의 유행이고, 남들에게 과시하기 좋은 주제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면 헤세에게 여행이란 어떤 의미일까?
여행지가 어디이고, 무엇을 체험했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위대한 작가도 역시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장거리 여행은 고단하고 힘든 일이다. 악취와 모기에 시달리고 깨끗한 물에서 목욕할 수도 없는 괴로운 상황에 처하면 여행은 고행이 된다. 하지만 집에서 누리는 안락하고 편안함을 포기한 채 여행을 떠나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여행의 낭만이란 절반은 다름 아닌 모험에 대한 기대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에로틱한 것을 다른 모습으로 변화시켜 해소하려는 무의식적 충동이다. 우리 같은 방랑자는 실현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랑의 소망을 가슴에 품고 다니는 데 익숙하다. 또 원래는 여자에게 향했던 그 사랑을 놀이하듯 마을과 산, 호수와 협곡, 길가의 아이들, 다리 밑의 거지, 목초지의 소, 새와 나비에게 나누어주는 데 익숙하다. 우리는 사랑을 그 대상으로부터 떼어낸다. 우리는 사랑 그 자체로 충분하다. 마치 우리가 방랑 중에 목적지를 찾지 않고 단지 방랑 자체의 즐거움과 길 위의 생활을 추구하듯이." (292P)
헤세의 여행만이 가치있는 여행은 아닐 것이다. 여행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여행자 자신뿐이다. 아직 여행의 참다운 즐거움을 누려보지 못한 한 사람에게는 '여행'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설렌다. 비록 여름휴가는 피곤의 연속이었지만 그것 또한 추억으로 남기고 싶다.
"여름을 제대로 즐기려면 내게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작열하고 찌는 듯이 더운 누런색 밭들, 높고 시원하며 말없는 숲, 그리고 많은 노 젓는 날들. 노 젓는 날 말이다!" - <여름이 오는 길목에(1905)> (91p)
헤세처럼 우리의 남은 여름을 제대로 즐겨야겠다.
헤세의 여행이지만 머리말에 나오는 다음 문장에 공감이 간다.
"여행이란 우리가 사는 장소를 바꾸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편견을 바꾸어 주는 것이다." - 아나톨 프랑스의 말이다.
어디로 떠난다는 의미보다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