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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모른다 - 사랑도, 일도, 삶도 무엇 하나 내 편이지 않은...
류여해 지음 / 북스코프(아카넷)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1990)라는 한국영화가 있었다. 성폭행 사건을 다룬 내용이라 장면 자체가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성폭행범의 혀가 짤리는 장면은 굉장한 쇼크를 줄 만큼 강렬하고도 끔찍했다. 이 영화를 본 뒤로 성폭행범을 연기한 배우까지 싫어할 정도로 감정몰입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솔직히 그 당시에는 이 영화가 시사하는 문제의 심각성보다는 감정적인 측면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한 여자의 불행 혹은 비극적인 스토리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점점 나이들수록 이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성차별과 불평등이 그저 개인적인 비극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말 영화 제목처럼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인간적인 권리를 누릴 수 없는 사회라면 여자들이 바꿔야 한다.
근래 7월 30일 재보궐 선거 결과를 보니 여성 국회의원이 49명으로 19대 총선보다는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전체 국회의원 비율로 보면 300명 중 49명으로 16.3%에 해당된다.
국회의사당 자체도 의원전용공간들이 과도한 특권의식을 보여주는데 국회의원의 성(性)비 마저 남성이 우세할 뿐 아니라 대한민국 최초 여성대통령의 정부 내각에도 여성을 보기 힘들다는 건 한국사회에서 여성인권이 어느 수준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2014년 5월 2일 '여성발전기본법'이 전면 개정되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바뀌었다. 여성을 사회약자가 아닌 남성과 동등한 존재로 본다는 건 의미있지만 과연 법 개정만큼 여성인권이 발전하였는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그녀는 모른다>는 여성이 반드시 알아야 할 법과 세상사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한국사법교육원 교수이자 아내, 딸, 며느리 역할을 하는 여자이기도 하다. 제목처럼 법을 몰라서 피해를 보는 여성들의 사례를 보여주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처음은 저자의 말처럼 친한 친구와 대화하듯, 혹은 후배의 고민 상담을 해주는 듯한 구성이 좋았던 것 같다. 흔히 여자들끼리 수다로 풀 수 있는 모든 주제들이 등장하다보니 그랬던 것 같다. 간통, 혼인빙자간음, 데이트폭력, 시월드, 이혼, 온라인 직구, 음식물쓰레기종량제, 성추행, 직장 내 성희롱, 스토킹, 여성발전기본법, 세월호 침몰, 통일법, 의료민영화, 카지노 허가문제, 세금폭탄이 된 연말정산, 유병언 현상금, 범인은닉죄, 똑똑한 소비자를 위한 가이드 등등 책 속에서 다루는 주제는 사회 전반이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여성들이 무심하게 지나쳤던 사회문제와 법, 제도가 많다는 의미겠지만 한 권에 모두 담기에는 벅차지 않았나 싶다. 여성으로서 겪게 되는 온갖 고민과 문제들을 베스트답변으로 처리하기에는 뭔가 아쉽다는 느낌이 든다. 일반인들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법이기에 좀더 분야를 나누어 집중적으로 다루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삶이 힘들었다면 그건 그대의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알면서도 침묵한다는 그건 명백한 잘못이 아닐까. 만약 그대가 남자라면 남성과 여성의 불평등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의 인권문제라고 보길 바란다. 이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길은 인권선진국, 평등하고 자유로운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