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달의 시네마 레시피 - 영화 속 디저트부터 만찬까지 한 권에!
정영선(파란달) 지음 / 미호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극장에서 영화를 처음 본 날을 기억한다.

엄마와 함께 시내에 있는 극장을 처음 간 것이라 무척 설레고 흥분됐던 것 같다. 넓은 스크린에 펼쳐진 장면들이 고스란히 내 머릿속에 들어오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선명하게 기억되었던 순간이다. 한 때는 영화를 보고 포스터를 모으고 영화감상문을 쓸 정도로 좋아했던 적이 있다. 그냥 영화가 좋았던 것 같다. 현실과는 다른, 뭔가 특별한 영화 속 세상이 멋져보였던 것 같다.

지금은 영화를 보는 일이 어린 시절처럼 흥분되거나 신나는 일은 아니다. 그저 취향에 맞는 영화를 즐기면서 보는 편이다.

<파란달의 시네마 레시피>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음식을 보여주고 직접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물론 영화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이른바 영화 속 맛 기행이랄까.

저자의 이력을 보면 방송작가 8년, 요리 전문가 8년을 거쳐 요리관련 서적을 내는 작가가 되어 있다. 글, 영화, 요리...... 각각을 보면 다른 분야처럼 느껴지지만 묘하게 잘 어울린다. 세상의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주물럭주물럭 마음대로 요리하는 일. 그 소재만 다를뿐 먹음직스럽게 보기좋게 만들어낸다는 건 똑같다.

사람은 참 신기하게도 자신이 관심을 갖는 건만 더 잘 보이는 것 같다. 영화를 봐도 요리전문가는 음식만 더 잘 보이는가보다. 분명 나도 봤던 영화인데 영화 속에 이런 음식이 나왔었나 싶을 정도로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영화 속 요리만 모아놓고 보니 재미있다. 만약 감독이 요리에 좀더 관심이 있었다면 영화의 결정적 요소로 요리를 등장시켰을 것 같은 영화들이 있다. 물론 영화 속 요리는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영화를 더욱 맛있게 만드는 장치이기도 하다. 이미 오래 전에 본 영화라서 세세한 부분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영화뿐 아니라 영화를 보던 그 시절의 기억까지 떠오른다. 함께 영화를 보던 사람과 그 때의 나를 떠올리면 어쩐지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든다. 만약 그 시절, 요리에 관심이 있었다면 그 영화를 본 후에 나도 그 요리를 해봤을 텐데...... 외국 영화에 등장하는 전혀 생소한 요리는 못하겠지만 우리나라 영화 속 요리는 얼마든지 가능하니까. 추억을 떠올리면 시각적인 장면도 있지만 잊을 수 없는 맛도 있다. 그건 요리가 주는 맛이 아니라 그 순간을 기억하게 만드는 맛인 것 같다. 입이 아닌 가슴으로 기억하는 맛.

영화 <시네마 천국>처럼 우리는 각자 자기만의 중요한 장면을 모아놓은 필름이 있을 것이다. 문득 이 책을 보면서 내 인생에서 나만의 레시피는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영화처럼 혹은 요리처럼 우리의 인생을 내 멋대로 만들어가는 중이니까, 너무 서두르지는 말아야지. 파란달 덕분에 영화의 추억과 함께 다양한 요리까지 눈으로 즐기고 가슴으로 느끼는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