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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온 첫 번째 전화
미치 앨봄 지음, 윤정숙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따르릉 걸려오는 전화.
과거에 핸드폰이 없던 시절에는 집으로 걸려오는 전화는 특별한 용건이 있는 경우였다. 그래서 어린시절에 전화를 사용할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이후 핸드폰이 보편화되어 가지고 다닐 때도 내게는 전화가 낯선 도구였다. 상대방의 목소리만 듣는 것이 내게는 낯설고 어색했던 것이다. 누군가와 대화하면서 상대방의 얼굴을 봐야지 마음이 편하고 안심이 되는 성격 탓이다. 여전히 불편한 마음은 남아있지만 소통의 편의성을 무시할 수 없어서 지금은 늘 손에 핸드폰이 있다.
요즘은 사람들 손에 핸드폰이 없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저마다 한 통의 전화라도 놓치지 않겠다고 결심한 사람들마냥.
하지만 정작 사랑하는 사람들과 통화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사람들에게 핸드폰은 인터넷검색이나 게임, 문자를 주고 받는 등 놀이의 도구로 변질된 느낌이다. 예전처럼 누구의 목소리가 간절히 듣고 싶어서 공중전화로 달려가는 낭만은 사라진 것 같다. 누군가에게 연락할 일이 있어도 직접 통화하기보다는 문자를 보내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정도다. 친한 사람들과는 문자를 더 자주하다보니 통화할 일이 별로 없다. 그래서 핸드폰에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전화가 오면 받고 싶지가 않다.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의 대부분은 광고나 마케팅관련 전화라서 받을 필요를 못 느낀다.
그런데 만약 정말 중요한 전화가 모르는 번호 혹은 발신자불명의 전화로 온다면?
<천국에서 온 첫번째 전화>는 우리가 만약이라고 상상하는 일이 벌어진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사람의 슬픔은 말로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죽음은 영원한 이별이니까 다시는 그 사람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 그런데 한 번만이라도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어떨까?
미시간의 작은 마을 콜드워터. 2년 전 죽은 언니에게서 전화가 온다. 언니는 자신이 천국에 있다고 말한다. 갑자기 벌어진 기적이라고 해야 하나? 죽은 언니, 엄마, 아들, 동료 등등 천국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는 사람들이 생긴다. 혼자만 알고 있었다면 그냥 꿈이라고, 아니면 환청을 들었다고 넘어가면 될 일이었는데 죽은 언니의 전화를 받은 캐서린이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된다. 천국에 간 사람들이 남겨진 사람들에게 전화를 건 이유는 뭘까?
말기암 환자가 캐서린의 기적을 보고 죽으면서 사회문제로 번지게 된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천국에서 걸려온 전화는 죽음 이후에도 끝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다. 천국에서 그들은 평온하고 행복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종교적인 색채가 느껴져서인지 천국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그건 이 소설을 읽는 각자가 판단할 문제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한 번만이라도 들을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캐서린의 기적이 자신에게도 일어나길 바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일 수도 있다. 단순히 이 소설을 기적에 대한 이야기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천국이나 기적보다 바로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더 늦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삶은 죽음이 있어서 더 아름다운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