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해킹 - 탐하라, 허락되지 않은 모든 곳을
브래들리 L. 개럿 지음, 오수원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소설인 줄 알았다. 도시해킹이라니 이 무슨 해괴한 짓인지.

정말 실제로 도시의 모든 곳을 탐험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이른바 그들을 '도시 탐험가'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도시를 벗어나 정글을 탐험하려고 멀리 떠나는데, 다른 나라의 사람들은 도시를 탐험한다고 하니 참으로 신선하고 기발한 발상이다.

구체적인 설명이 없으면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도시탐험을 관광쯤으로 착각하면 안되니까 말이다.

우선 도시탐험은 폐쇄된 병원, 버려진 군사시설이나 공장 부지, 하수도나 배수관, 출입이 차단된 광산, 건축 부지나 다리 벙커 등과 같이 금지된 공간을 허락 받지 않고 침입하는 것을 말한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한가지, 재미를 만끽하는 것이다. 단 윤리강령이 있다. 공간을 침입하되 보존하라! 물론 탐험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사진찍는 일은 빼놓지 않는다는 점. 상황에 따라서는 기념사진이 법적 증거물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도시탐험은 범법 행위지만 징역살이감은 아니다." - UE 킹즈 UE Kingz

브래들리 L. 개럿은 도시인류학자이다. 멀쩡하게 연구를 해야 할 학자가 도시탐험가로서 활동한다는 건 묘하게도 비슷한 작업처럼 느껴진다. 이 책의 프롤로그를 보면 히드로 공항 활주로에서 영국교통경찰에게 체포되어 유치장에서 쓴 글이란다. 그는 런던도시탐험연합 LCC, London Consolidation Crew 의 탐험대원이다. LCC는 런던교통국 관할의 폐쇄구역 수십 곳을 조직적으로 침입하는 도시탐험 단체의 이름이다. 저자는 LCC와 함께 작업하면서 침입 현장을 기록했고 이 책 역시 그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철없는 십대 폭주족이라면 법적인 규제가 당연한 것이지만 아무도 모르게 그 어떤 훼손없이 침입했다는 사실만으로 징역을 살아야 할까?

도시탐험을 처음 접하지만 그들의 심정을 약간은 이해할 것 같다.

그건 마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이라는 문장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누구나 금지된 것, 금기시 하는 것에 더 끌리는 욕망이 존재하는 것 같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아무도 몰래 넘었을 때 전해져오는 강력한 아드레날린의 효과랄까. 단순한 재미를 위해 시작한 도시탐험이 점점 시간이 흘러 중독 상태에 이른 것이 아닌가 싶다.

어른이 된다는 것을 우리 사회는 정해진 나이로 규정한다. 신체가 성장하고 완전히 성숙한 몸을 가졌다고 해서 우리의 정신까지 어른이라는 틀에 가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도시탐험가들은 재미난 놀이를 즐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른들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놀이.

놀고 싶은데 마음껏 놀 수 없어서, 억눌린 욕망을 분출한 것이 바로 도시탐험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폐허의 미학이니, 도시탐험의 예술적 의의를 이야기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놀고 싶은 어린애들 같다. 이건 절대 비난의 말이 아니다. 나 역시도 어린 시절에 신나게 뛰놀던 그 때가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다. 어른들도 흥분할 정도로 재미있는 일, 놀이가 필요한 것이다. 도시탐험은 톰 소여나 허클베리 핀처럼 무작정 모험을 떠나고 싶은 동심을 자극하는 일인 것 같다. 책 속 사진 중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 <땡땡의 모험> 속 주인공 '땡땡'과 닮은 사람이 보인다. 세계 곳곳을 모험하는 땡땡처럼 도시탐험가들도 한국을 오고 싶어한단다. 잠실에 세워지고 있는 높이 550미터짜리 거대한 테마파크에 오르기 위해서. 세상은 넓고 재미있는 일은 더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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