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은 어디에
오수완 지음 / 곰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오! 이런...... 탐정이 등장한다고 해서 추리소설은 아니었구나."

그렇다면 이 소설의 장르는 뭘까? 소설을 읽으면서 굳이 장르를 나눈다는 것이 우습지만 '탐정'이란 단어때문에 자꾸 추리소설과 연결지어 생각하게 되고 뭔가 생각 자체가 갇힌 기분이 든다. 꽉막힌 생각을 가지고 이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소설을 이해하려면 탁월한 상상력이 필요할 것 같다. 다음은 1부를 이해하기 위한 간단한 소개 정도로 보면 된다.

<< 거대책의 시대가 시작되고 100년. 그동안 많은 공장이 태어나 그만큼 많은 책을 만들었다.

어떤 공장은 철학 서적을 만들었고 어떤 공장은 예술 서적을, 어떤 공장은 경제학 서적을, 어떤 공장은 어린이책을, 어떤 공장은 음악책을 만들었다. 위인전을 만들거나 , 외국어 교재를, 여행책을, 사진집을 낸 공장도 있었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거대책은 공원과 동산과 거리와 광장과 박물관과 학교와 관공서에 세워져 방문객을 맞았다. 방문객은 해가 떠오르기 전부터 책 앞에 몰려와 책이 펼쳐지기를 기다렸다. 어떤 방문객은 해가 져서 책장이 닫힌 뒤에도 책 앞을 떠날 줄 몰랐다. 유명한 책에는 열성파와 관광객을 위해 조명과 반사경과 그늘막이 설치되기도 했고 때로는 책 주위에 건물이 지어지기도 했다.

당연하게도, 훌륭한 저자와 기술자를 갖춘 공장의 책들이 특히 인기를 얻었고 그중에서도 18공장은 드물게 대중과 평론가 모두에게 사랑을 받았다. 18공장의 생산품은 공장이 문을 연 100년 전부터 줄곧 추리소설이었다. (15p) >>

탐정국에서 파견된 조사원 X가 18공장을 방문한다. 누군가 죽었으나 그게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살인자를 찾는 황당한 사건이랄까. 어찌됐든 조사원 X를 안내하는 '일요일'이 등장한다. 공장에서 현재 만들고 있는 책의 제목은 <탐정은 어디에>이다. 이미 제목에서 내용의 반은 설명하고 있는 것 같다.

그다음은 책의 도시로 넘어간다. 그곳은 놀랍게도 책이 사람처럼 생명을 지닌 존재처럼 인간과 어울려 살아간다. 모피를 두른 책과 턱시도를 입은 책이 서로 부부라니! 이쯤되면 차라리 이 책이 그림책이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들만 그림책을 보는 건 아니니까, 오히려 상상력이 고갈된 어른들에게 그림책이 더 필요하지 않나 싶다. 내게는 인간과 책이 서로 대치하거나 혹은 서로 사랑하는 모습이 굉장히 상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우리 인간도 각각을 한 권의 책으로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현재 살고 있는 우리들은 미완성의 책일 수도 있고 매달 발간되는 잡지묶음일 수도 있다. 인간은 매순간을 살아가면서 채워지는 책이라면 이 소설 속 책들을 보면 이미 완성된 채로 탄생하여 점점 소멸되는 존재가 아닌가 싶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가듯이 말이다. 그런데 뜬끔없이 등장한 책 사냥꾼의 정체는 황당하면서도 기발하다. 4부에서 밝혀지는 결말이 이 소설의 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상에서 가장 이색적인 탐정을 만들고 싶었다면 <탐정은 어디에>는 성공적이다. 하지만 상상력이 부족한 독자 입장에서는 안드로메다를 여행한 기분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