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해지는 아이스크림

똑똑해지는 아이스크림 ㅣ 생각쑥쑥문고 4
폴 제닝스 지음, 하연희 옮김, 서영경 그림 / 아름다운사람들 / 2014년 7월

세상에 이런 이야기가 다 있나 싶을 정도로 기상천외하다.

폴 제닝스는 오스트레일리아 아이들이 뽑은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40번 이상 선정될 정도로 유명 작가라고 한다.

<똑똑해지는 아이스크림>은 1985년 출간되었다는데 지금 읽어도 여전히 재미있는 것을 보면 왜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는지 알 것 같다.

아이들이라면 무조건 좋아할 만한 이야기들이다.

이 책 속에는 여덟 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초능력 팬티>, <똑똑해지는 아이스크림>, <행운의 입술>, <화장실 유령의 비밀>, <하늘을 나는 거짓말>, <등대를 지켜라>, <소똥 커스터드>, <셔츠도 없이> 중에서 어느 하나 평범한 이야기는 없는 것 같다. 가끔 우리 아이가 자신이 지어낸 이야기를 들려줄 때가 있는데 마치 그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랄까. 뭔가 허무맹랑하지만 재미있다. 유아기 때 똥 이야기에 즐거워 하는 것처럼 아이들은 그냥 즐겁고 재미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 같다.

그 중에서 하나를 꼽으라면 <소똥 커스터드>가 최고인 것 같다. 채소 재배가 취미인 아빠를 둔 아이의 이야기다. 채소밭을 가꾸기 위해 직접 거름을 만드는 아빠 덕분에 아이는 똥 모으는 일을 돕는다. 아빠를 돕는 것은 좋은데 주말마다 소똥을 모으려고 외바퀴 손수레를 끌고 다니다보니 소똥과 함께 파리 5천 마리라는 검은 구름떼를 몰고 다닌다. 그 모습 때문에 동네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고, '소똥남'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다. 아빠는 채소밭을 가꾸는 직장 상사를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소똥을 보낸다. 물론 배달은 아이가 손수레에 실고 나른 것이다. 도대체 이 아빠의 정체는 뭘까? 분명 직장도 다니다면서 왜 그토록 거름 만드는 일에 열성인 걸까?

냄새 나는 거름 이야기가 마지막에는 정말 반전으로 마무리된다. 아무튼 해피엔딩이라 좋다. 소똥남으로 불리는 아이와 그 아빠의 순수하고 착한 마음이 좋다. 현실에서라면 동네 사람들처럼 고개를 돌릴 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소똥 커스터드라니, 상상하기 싫은 냄새와 모양이지만 꿋꿋한 소똥남이 있어서 즐겁고 재미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똑똑해지는 아이스크림>에서는 머리가 좋아서 늘 1등 하는 아이의 이야기인데 잘난 체 하는 정도가 심한 것 같다. 문득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을 똑똑하기만 바라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이기적이고 욕심 많아도 공부만 잘하고 똑똑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어쩌면 폴 제닝스의 이야기는 우리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과 상상력을 자극하여 마음을 더욱 예뻐지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며 유쾌한 웃음을 터트렸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