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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노먼 F. 매클린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가기만 하고 오지는 않는 것은 무엇일까요?
수수께끼의 정답은 '세월'이다.
하지만 정답이 한 가지만은 아닌 것 같다.
<흐르는 강물처럼>에 대해 처음 접한 것은 1992년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이 만든 영화를 통해서다. 폴 맥클레인 역을 맡은 브래드 피트와 아름다운 영화 포스터가 기억에 남는다. 사실 그 당시에는 이 영화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 같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장소는 무척 아름답지만 낚시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 밖이라 그랬던 것 같다.
아버지 맥클레인 목사와 두 아들 노먼과 폴의 이야기가 그냥 영화인 줄 알았다가 나중에 노먼 매클린의 소설이 원작임을 알게 된 것이다.
1976년 노먼 매클린이 73세 되던 시기에 <흐르는 강물처럼>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그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소설집이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자전적인 이야기를 소설로 쓴다는 건 참으로 의미있는 일인 것 같다. 나의 버킷리스트 중에도 먼 훗날 아마도 노먼 매클린처럼 일흔즈음이겠지만 그 때까지 산다면 내 인생에 대한 한 권의 책을 쓰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있다. 누구나 흘러가는 강물과 같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품고 나이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책을 20년이라는 세월을 보내고 지금에서야 만난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1993년과 2005년에 출간되었지만 노먼 매클린의 원작 그대로 번역한 완역본은 이 책이 처음이라고 하니 더욱 감회가 새로운 것 같다.
애니 푸르의 서문과 작가의 말 그리고 세 편의 소설 <흐르는 강물처럼>, <벌목꾼 짐과 그의 여자들>, <산림청 임시 관리원의 수기>까지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어쩐지 우연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든 읽을 수 있었던 책이 아니라는 뜻이다. 머리로 읽는 책과 마음으로 읽는 책은 다른 것 같다. 영화 덕분에 줄거리는 알고 있었지만 책으로 읽고 싶을 만큼 가슴에 와닿는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제목을 보는 순간 이 책을 읽어야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뭔가 특별하게 다가왔다는 느낌이 든다.
과거나 지금이나 낚시에 대해서는 조금의 관심도 없지만 노먼이 폴과 낚시를 하는 이유처럼 천천히 한 줄 한 줄 읽게 된다. 중요한 건 낚시가 아니라 그 순간 함께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강과 낚시를 통해 인생을 진지하게 돌아볼 줄은 몰랐지만 노먼 매클린 덕분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도 사람마다 담아내는 사진이 다르듯이 노먼 매클린만의 특별함으로 위대한 작품이 완성된 것 같다.
<흐르는 강물처럼>을 제대로 만나기 위해서는 각자 서로 다른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좋고 싫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인생을 이해하는 깊이의 문제일 것이다. 마음으로 읽을 수 있을 때 그 때 읽으면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