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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변태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4년 3월
평점 :
오랜만에 이외수님의 소설을 만난 것 같다.
그런데 단편소설일 줄이야......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평소 단편보다는 장편소설을 선호하는 편이라 한 편을 읽고 나면 뒷이야기가 남아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읽고 난 느낌이랄까.
하늘을 감동시킬 정도의 정성으로 아들을 뒷바라지하여 사법고시에 합격하는 이야기로 시작하여 시골을 경멸하던 여자가 시골로 부임하여 교사 생활을 하던 중 자신이 거주하는 주인집 막내아들과 얽히는 부분에서는 뭔가 연결고리가 느껴진다. 판검사가 되기 위해 한 우물만 파던 남자와 허영심 가득한 여자가 만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원래 사람의 인연이란 것이 어디서 어떻게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단편과 단편 사이의 여백을 나만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이어주고 싶다.
각각의 이야기가 별개라고 해도 <청맹과니의 섬>에 나오는 여주인공처럼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감춰 두었던 인연이 드러날 때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 않았다고 해도 상대방에게 안좋은 영향을 주었다면 마음 편히 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내 삶을 위해서 남의 삶을 망쳤다면 반성해야 되지 않을까. 본인은 전혀 상관 없는 일이라고 우긴다면 할 수 없겠지만 도의적인 책임은 있지 않을까. 어찌됐건 죽은 사람만 억울한 것 같다. 세상에 별별일이 다 있다지만 이외수님의 소설을 읽다보면 정말 실제로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완전변태>는 장자의 호접몽이 떠오른다.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만약 사람이 자신이 상상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면 무엇이 가장 되고 싶을까?
다소 엉뚱하고 황당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예전에 이 소설과 비슷한 상상을 한 적 있다. 무엇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아서.
책 제목이 완전변태인 것은 의미심장하다. 꾸물꾸물 기어다니는 애벌레에서 아름다운 나비로 변신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각 단편의 주인공들을 보면서 나는 현재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인연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진심으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과 만날 수 있기를, 내가 바로 그 사람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