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거짓말 (양장)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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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프다. 엄마의 마음으로 이 책을 읽다보니 아이들 얼굴이 떠오르면서 미안한 마음이 커진다.
막내지만 의젓했던 딸 천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남겨진 엄마와 언니 만지. 단짝 친구인 줄 알았던 화연과 묘한 인연의 미라, 장발의 아저씨 추상박.
세상에 존재하는 우아한 거짓말은 모조리 태워 버리고 싶다.
엄마는 왜 몰랐을까. 탓하는 것이 아니다. 너무 속상하고 억울해서다. 엄마를 더 걱정하고 신경쓸 정도로 일찍 철든 천지였기에 천지가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는지가 더 뼈저리게 느껴진다. 겨우 여중생인데...... 세상을 떠나기엔 아직 살아온 날들이 너무 짧잖아.
이 소설은 천지가 세상을 떠난 뒤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천지의 독백을 들을 수 있다. 살아서 천지의 마음을 들을 수 있었다면, 그날 누군가 천지를 좀더 빨리 발견했더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이 소설을 읽는 사람들은 느낄 것이다. 더이상 제2, 제3의 천지가 생겨서는 안된다고. 천지의 죽음에는 그 어떤 미스터리도 없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할 정도로 천지에게는 다른 해결책이 없었을 뿐이다. 천지는 왜 엄마와 언니에게 진짜 속마음을 숨겼을까. 물론 엄마로서 찔리는 부분이 있다. 분명 천지는 엄마에게 속마음을 이야기했었고 어떻게든 자신을 도와달라고 표현했었다. 하지만 엄마는 그닥 도움을 주지 못했다. 엄마도 어떻게 딸을 도와줘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어린 시절에 아빠가 돌아가셨고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엄마로서는 하루하루가 전쟁이었을 것이다. 딸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사랑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생각한다. 천지도 그런 현실을 알았기 때문에 스스로 견뎌왔던 것이고 결국에는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다.
<영혼의 병, 우울증>
천지가 도서관에서 마지막으로 빌렸던 책 제목이다. 어떻게 어린 소녀가 스스로 우울증을 견디려고 했던 걸까. 엄마와 언니도 감쪽같이 속을 정도로 평상시에 밝았던 아이라는 것이 더 슬프다. 어쩌면 이 소설은 근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왕따 현상으로 결론낼 수도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천지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전학을 가면서 만나게 된 화연이와의 악연에 초점을 맞추었다. 대놓고 괴롭히는 화연이나 그걸 묵인하는 친구들까지 전부 밉고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그 아이들 역시 누군가의 사랑하는 딸들이다. 내 사랑하는 아이가 왕따를 당해 자살했다고 해서 괴롭힌 아이들까지 저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용서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절대로 현실에서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라면 엄마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마음이 참 무겁다.
최근 영화로 상영되어 이렇게 원작으로 다시 보게 됐지만 왠지 영화를 볼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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