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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역 살인사건 - 제34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 ㅣ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2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추리소설을 대하는 나의 자세...
누군가 죽었다. 그리고 유력한 용의자들, 그들 중 범인은 누구인가?
이것이 과거의 반응이다. 소설은 소설일뿐이니까. 퍼즐을 맞춰가듯이 범인이 남긴 증거를 토대로 추적해가는 것이 추리소설을 즐기는 독자의 자세일 것이다.
누군가 죽었다. '나 역시 언제가는 죽겠지.'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예기치 못한 죽음을 맞기 전에 내 삶에서 남기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죽음이 먼 나라의 얘기였던 시절이 지나고 지금은 죽음이 가까이에 존재한다는 섬뜩한 느낌이랄까? 죽음 자체가 두렵다기보다는 예측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갑작스럽게 삶과 이별하게 된다면 가장 아쉬운 것이 무엇일까,라는 고민이 든다. 하루가 너무나 빨리 지나가고, 일년이라는 시간조차 눈깜짝할 새에 지나가는 요즘이다. 바쁜 건지, 바쁜 척 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사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제는 추리소설의 살인사건이 소설이 아닌 현실처럼 느껴진다. 살다보면 죽고 싶다거나 죽이고 싶을 정도로 극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을 것이다. 만약 범인처럼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면 어떨까?
이것은 현재의 반응이다.
범인을 추적하는 탐정이나 형사의 입장보다는 범인의 심리가 궁금하다. 누군가에게 원한을 품는다고해서 모든 사람이 살인을 계획하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가끔은 상상할 때가 있다. 만약 그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한 완전범죄가 가능할까? 평범해보이는 사람들 중에 살인자가 될 사람은 따로 있는 것일까?
예전에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보면 미래사회에서는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범죄를 예측하는 프리크라임이라는 시스템이 존재하여 미래의 범죄자를 체포한다. 그런데
프리크라임의 팀장 자신이 미래의 범죄자로 지목되면서 본인이 쫓기는 신세가 된다. 결국 인간은 누구나 죄를 저지를 수 있는 불완전한 존재이다.
<종착역 살인사건>은 4월 1일, 고등학교 동창생 남녀 일곱 명이 칠 년 전 약속대로 고향인 아오모리로 내려가기 위해 우에노 역을 찾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고등학생 시절에 교내신문을 함께 만들었던 일곱 명의 친구들 중 미야모토는 여섯 명 각각에게 서로 다른 문장의 편지와 '유즈루7호' A침대의 승차권을 동봉한다. 고교동창생들의 2박 3일 일정의 기차여행이라니 무척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일곱 명의 친구 중 통상성 공무원인 야스다는 우에노 역 구내 화장실에서 타살 시체로 발견되고, 함께 열차에 탑승했던 운송업 사장인 가와시마는 근처 강가에서 익사체로 발견된다. 미야모토가 보낸 초대장은 마치 살인을 위한 초대처럼 변해간다. 도대체 누가 왜 일곱 명의 친구들을 차례차례 죽이는 것일까?
종착역 살인사건의 담당 형사인 가메이는 고등학교 교사인 친구 모리시타로부터 옛 제자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칠 년 만에 만나는 고교동창생들과 졸업한 지 3년이 지난 여제자를 찾으려는 선생님의 훈훈한 이야기가 연쇄살인사건으로 인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다. 감춰두었던 과거가 드러나는 순간을 조심해야 한다. 그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
4월 1일 만우절, 종착역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거짓말의 끝? 우리 삶의 종착역에 대하여?
니시무라 교타로의 최고 걸작이라는 <종착역 살인사건>은 추리소설의 재미뿐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과 삶의 무게까지 느끼게 해준다. 아픈 기억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추리소설이 단순한 소설이 아닌 현실의 한 조각이자 위로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