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그리고 향기 - 향수 만드는 남자의 향기 이야기
임원철 지음 / 이다미디어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향수라는 단어를 만나면, 제일 먼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가 떠오른다.

어떤 향기보다도 소설이 먼저 떠오른 것은 소설이 남긴 강렬한 이미지 때문일 수도 있고, 평소 향수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어서인지도 모르겠다.

향수를 즐기지는 않지만 향수를 만드는 사람에 대한 궁금증은 늘 있었다. 오감 중에서 후각이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은밀하면서도 강렬하게 남는 것이 후각일 것 같다. 특별한 향기는 우리 뇌에 각인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인공적인 향수보다 자연의 향기가 더 좋다. 특히 사람마다 가진 체취는 불순한 냄새를 제외하면 가장 매력적인 향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낯선 직업인 조향사 임원철님이 들려주는 향수와 향기에 관한 이야기다. 향기를 연구하는 조향사로서 향료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향수의 탄생 비화를 알려준다. 뉴욕의 향기로는 캘빈 클라인, 랄프 로렌, 앤디 워홀, 케이트 모스, 션 존의 향수. 런던의 향기로는 버버리, 비비안 웨스트우드, 존 갈리아노, 알렉산더 맥퀸의 향수. 파리의 향기로는 샤넬, 디올, 롤리타 렘피카, 지방시의 향수. 밀라노의 향기로는 구찌, 아르마니, 프라다의 향수. 도쿄의 향기로는 겐조, 이세이 미야케, 하나에 모리, 꼼데가르송의 향수. 이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명품 브랜드 향수를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유명 브랜드 향수 중에서 샤넬을 제외하고는 그 향기를 맡아보지 못했다. 그동안 내게 있어서 향수는 누군가에게 줄 선물로는 좋지만 나를 위한 선물은 아니었던 것 같다. 향수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향수를 너무 짙게 풍기는 사람은 별로다. 좋은 향수는 원래 그 사람의 향기처럼 자연스럽고 은은해야 멋진 것이 아닐까. 그래서 자신에게 맞는 향수를 선택 못할 바에는 차라리 향수를 쓰지 않는 게 나을 것 같다.

글로 표현된 향수는 마치 그림 속 꽃을 감상하는 것 같다. 뭔가 후각으로 느끼고 싶으나 느낄 수 없는 꽃의 향기가 아쉽지만 상상으로 느끼는 향수도 색다른 것 같다. 또 다양한 향수 광고를 보니 눈으로도 나름의 향기가 느껴지는 것 같다. 향수는 실제의 향기뿐 아니라 광고처럼 보이는 이미지가 더 크게 작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명품 브랜드의 향수는 그 향수를 사용하는 사람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을테니까. 솔직히 여기에 소개된 향수를 전부 맡아보지 않고는 더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알고 싶었던 건 명품 브랜드 향수가 아니라 향수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조향사라는 직업이었다. 어떤 사람이 조향사가 될 수 있는 것인지, 수많은 사람들의 후각을 사로잡는 향수의 제조 비밀은 무엇인지, 우리나라만의 명품 향수는 어떤 것이 있는지 등등.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자연의 향기는 금세 사라지지만 여러가지 재료를 조합하여 만들어낸 향수는 항상 그 향기를 유지할 수 있다. 누군가의 얼굴은 잊어도 그 사람만의 강렬한 향은 기억나기 마련이다. 향수는 마치 우리가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을 붙잡아두려는 인간의 욕망과 같은 것이 아닐까. 향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읽어볼 만한 향수 이야기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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