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평양의 모니카입니다
모니카 마시아스 지음 / 예담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나는 누구인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나 지금껏 살아오면서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겼던 국적의 의미를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나를 한 문장으로 소개한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나는 평양의 모니카입니다>는 굉장히 특별한 인연으로 한국사람이 된 모니카의 인생 이야기다.
그녀의 인생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이 있다.
모니카 마시아스, 그녀는 적도기니의 초대 대통령 프란시스코 마시아스 응게마의 막내딸로 1972년에 태어났다. 적도기니? 사실 이 책 덕분에 알게 된 나라다. 아프리카 서부 대서양 연안 적도에 위치한 공화국이다. 아프리카 국가 중 작은 나라에 속하지만 최근 유전 개발로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 과거 스페인의 식민지였다. 적도기니는 아프리카 최초로 스페인 식민통치를 벗어나면서 모니카의 아버지가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그는 10여 년 간 강경한 탈식민주의 정치를 펼쳤고, 1979년 그의 조카이자 국방장관 테오도르 오비앙 응게마의 쿠테타로 죽음을 당한다. 이 쿠테타로 인해 모니카를 포함한 삼남매는 아버지와 형제의 나라였던 북한으로 피신하게 된다. 한 마디로 그녀는 망명 외국인이다. 하지만 모니카는 당시 일곱 살이어서 평양을 떠나기 전까지 16년 동안 북한 교육을 받으며 북한 사람으로 살았고 자신을 한국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스페인 출신의 엄마와 아프리카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적도기니 사람이 일곱 살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북한에서 살았으니 외모는 흑인이어도 내면은 한국인인 것이다. 북한이나 남한이나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사람에 대한 거부감이나 편견이 많은 것 같다. 다양한 인종이 어울려 살아가는 나라였다면 외적인 면은 그냥 다른 개성이었을텐데. 외국인 신분으로 북한에서 살면서 겪어야 했던 정서적 고통이 의외로 컸던 것 같다. 반면 외국인으로서 누리는 경제적인 특권은 다소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북한으로 유학오는 외국학생들이 있다는 자체가 신기하다. 어린 시절에 받았던 반공 교육 때문에 북한은 마치 지옥 같은 곳인 줄 알았는데 모니카에게는 추억의 장소가 될 만큼 살 만한 곳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1994년 평양을 떠나 스페인 사라고사와 마드리드, 뉴욕을 거쳐 2007년 대한민국에 머물다가 다시 적도기니로 가는 긴 여정을 스스로 선택했다. 적도기니 초대 대통령의 딸에서 망명자로, 그리고 김일성 주석을 양아버지로 여기던 그녀는 자신을 어느 나라 국민이라고 생각할까?
원래의 국적과 타고난 외모 때문에 늘 이방인 취급을 받았던 모니카를 통해서 오히려 정말 한국인의 모습을 발견한다. 아직도 우리는 북한 사람들을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찔러야 할 적군으로 생각한다. 같은 민족인 것은 맞지만 그들이 우리와 같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한국사람이라고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모니카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여정을 통해 북한의 평양을 고향처럼 여기고, 남한 서울에서 만난 친구들을 가족처럼 여긴다. 그녀는 적도기니에 살고 있는 엄마와 큰 오빠보다 북한에서 함께 했던 친구들과 남한의 새로운 친구들을 더 가깝게 느낀다. 쌀밥과 한국음식을 먹으며 향수병을 달래기도 한다.
사실 이 책에서 적도기니 초대 대통령이나 김일성 주석의 역사적 평가를 논하고 싶지는 않다. 모니카의 이야기는 정치적인 색을 입혀서는 안 된다. 그냥 순수하게 평양에서 살았던 모니카의 삶을 바라보면 좋을 것 같다. 모니카처럼 편견과 아집을 깨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아를 찾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