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사계절 : 봄의 살인 살인의 사계절 시리즈 Four Seasons Murder 4
몬스 칼렌토프트 지음, 강명순 옮김 / 문학수첩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살인의 사계절> 시리즈의 마지막이다.

처음 이 시리즈를 읽을 때는 좀 당황스러웠다. 범죄소설에서 죽은 자는 말이 없는데 이 소설만큼은 죽은 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까. 일인칭과 삼인칭을 오가며 들려주는 이야기가 처음에는 흐름을 끊는 것 같았는데 점점 입체적으로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요소란 걸 알게 됐다.

끔찍한 범죄 현장에서 일해야 하는 여형사 말린이 주인공이다. 흔히 소설의 주인공이면 뭔가 비중있는 존재로 느껴지는데 말린은 다른 것 같다. 굉장히 현실적인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 같다. 형사로서는 강인해보여도 각자의 인생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보인다. 형사들도 결국은 평범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완벽한 형사가 아닌 인간적으로 조금은 부족한 말린의 모습이 더 현실적이다. 남편과의 불화, 재결합으로 인한 갈등, 딸과의 관계 등을 통해 성장해가는 한 인간을 보는 것 같다. 마치 이 소설이 단순한 범죄소설, 살인 사건이 아니라 우리 인생의 사계절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너무나 소름돋는 범죄 현장 때문에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본질을 놓쳤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시리즈의 마지막이라서 더욱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다.

처음부터 스웨덴의 소도시 린셰핑을 배경으로 벌어진 사건을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각각의 계절이 아닌 전체적으로 봤더라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계절은 상징적이다. 겨울로 시작할 때는 음산하고 차가운 공기가 비극적인 상황을 더욱 가슴 저리게 만들더니 여름과 가을을 걸쳐 봄까지, 끝나지 않는 비극이 더욱 무섭게 다가오는 것 같다.

<봄의 살인>은 화사하고 따스해야 할 봄날을 한 순간에 싸늘한 공포 속으로 몰고 간다. 광장에서 벌어진 폭탄테러로 어린 아이들이 희생된다. 누구도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를 설명할 수 없다. 이전에 범죄소설을 읽을 때는 그저 사건 현장에 몰려드는 구경꾼 중 하나였는데 지금은 아니다. 아무도 현실의 비극을 벗어나서 구경만 하는 관객일 수는 없다. 현실을 직시한다는 것이 더 큰 공포란 생각이 든다. 네 번의 살인 사건이 아니라 다양한 인물들이 겪게 되는, 피할 수 없는 비극의 참상을 느끼게 된다. 아무리 최고의 복지국가인 스웨덴도 인간의 탐욕과 폭력, 광기어린 범죄가 존재한다. 린센핑과 말린을 통해 본 스웨덴의 그림자는 너무나 충격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 죽은 자의 목소리는 경고의 목소리다. 그건 공포심을 자극하여 숨거나 외면하라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살인의 사계절은 호기심만 자극하는 공포물을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고 극복하라는 강력한 일침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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